▲시사저널 전직 기자들이 지난 2일 저녁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을 출범시키며 새매체 창간을 선포했다. 문정우 단장을 비롯한 기자단이 새매체의 성공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6월 26일 <시사저널> 파업 기자 22명이 <시사저널>과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로써 <시사저널>은 죽었다. 그리고 열흘 후 그들은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을 출범시키면서 '새로운 시사저널'을 만들기 위한 고단한 여정을 다시 시작했다.
비록 직접적인 도움은 주지 못했지만, 작년 6월 금창태 사장이 삼성 이학수 부회장 관련 기사를 인쇄소에서 들어낸 이후 1년여 동안 진행된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를 지켜봐 왔던 필자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이들이 앞으로 걸어갈 길이 지난 1년여 동안 걸어온 길에 못지않게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사저널 사태는 이들 22명 기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오늘날 '삼성공화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삼성공화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
따라서 참언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새 주간지를 창간하는 것이 이들 이들 22명 기자들에게 절대적 당위인 것만큼, 삼성공화국에 의해 유린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새 주간지가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절대적 당위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시사저널이 죽은 것처럼 새 주간지도 생존할 수 없다면, 그것은 한국사회가 삼성공화국임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다.
작년 2월 7일 삼성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반성과 변화'를 약속했다. 2005년 고려대 명예박사 학위 사건, 노동자 위치추적 사건, 그리고 X파일 사건 등을 계기로 달아오른 삼성공화국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이후 삼성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이후 한국사회는 삼성공화국에서 민주공화국으로 정상화되었는가? 유감스럽게도, 아니다. 삼성은 조금도 변화하지 않았다. 아니 삼성의 지배력은 더 강력해지고 더욱더 교묘해졌다.
삼성그룹 총자산의 GDP 대비 비율은 1990년 7.32%에서 2005년 12.41%로 증가하였다. 한솔, 신세계, CJ, 중앙일보 등 계열분리된 친족그룹까지 다 합한다면 그 비율은 2005년 14.70%에 이른다.
또 삼성그룹의 투자가 국민경제 전체의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4년 9.46%였으나, 2005년에는 14.89%로 증가하였다. 친족그룹까지 다 합치면 16.69%에 이르렀고, 중복과잉투자로 비판받는 외환위기 이전의 수준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한마디로 외환위기 이전의 삼성은 5대 재벌 중의 하나였으나, 지금은 경쟁상대가 없는 최대 재벌이 되었다.
물론 삼성의 규모가 크다는 사실이 곧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이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질서 하에서 자신의 뛰어난 생산성으로 그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면, 이는 오히려 칭찬과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환경 왜곡시키는 권력자가 된 삼성
그러나 기업은 경기규칙(rule of game)에 따라 행동하는 선수(player)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이미 경기규칙을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즉 경제환경을 지배하는 권력자로 변모하였다.
삼성공화국 논란의 핵심은, 삼성이 경제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하는 기업조직의 차원을 넘어 경제환경을 왜곡하고 오염시키는, 그럼으로써 그 자신의 조직적 탄력성은 물론 국민경제의 동태적 활력마저 질식시키는 경제권력으로 변모하였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경제력은 경제영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삼성공화국 논란은 경제권력이 정치·사회·문화·이데올로기 영역까지 지배하게 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