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한계에 도전하는'울트라마라톤 아십니까?

"달리GO 나누GO", 울트라마라톤 200㎞ 완주한 울트라맨 장훈석씨를 찾아...

등록 2007.07.11 11:15수정 2007.07.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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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마라토너들은 그저 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행사 참가비를 통해 모여진 수익금을 결식아동들을 돕는 '한 끼의 식사기금'에 기증하는 자선사업과 병행한다.
울트라 마라토너들은 그저 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행사 참가비를 통해 모여진 수익금을 결식아동들을 돕는 '한 끼의 식사기금'에 기증하는 자선사업과 병행한다.양산매일신문
14년째 자동차부품업체 '금양상공'을 운영하고 있는 장훈석 사장은 7년 전만 해도 디스크라 불리는 허리 병을 앓고 있던 환자였다. 뛰기는커녕 걷는 것도 힘겨워했으니 운동과 담을 쌓은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재활운동 삼아 절뚝대며 걷던 어느 날. 대구에 사는 한 지인의 권유로 마라톤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군대시절까지만 해도 축구를 곧잘 해 연대 대표 공격수로 뛸 만큼 운동감각이 뛰어났던 장 사장은 담당의사의 만류에도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50이 넘은 나이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어설프게 시작한 마라톤이 2001년에 참가한 5㎞ 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하프코스와 풀코스를 연이어 완주하는 등 일취월장의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지금까지 무려 15회의 풀코스를 완주했고, 작년에는 100㎞,올해는 200㎞ 울트라마라톤까지 완주하게 됐으니 괄목상대가 따로 없다.

그래도 그렇지 6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어엿한 중견기업의 대표로서 또한 성공한 기업인들의 모임인 로타리클럽회원으로서 편안하고 기름진 생활을 누리는 것이 어울릴 그에게 울트라마라톤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대학시절에는 법학도였던 그가 이렇듯 극한의 달리기에 도전하게 된 남다른 사연이 뭘까? 나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그런데 묻기도 전에 장훈석 사장만이 가진 남다른 마라톤철학이 인터뷰 내내 쏟아져 나온다.

"사업에 바빠 눈코 뜰 새 없는 로터리회원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바로 유산소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라톤을 통해 건강을 도모하다 보면 직원들과 가족들도 건강해지고 사업도 덩달아 건강해진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런 맛에 마라톤 코스를 완주하곤 합니다.


마라톤은 진정한 생활체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종목이지요. 마라톤에는 인간미가 살아 숨 쉽니다. 장거리를 함께 뛰며 대화를 나누고 극한의 코스를 함께 완주하다 보면 '동반자정신과 프렌드십'이 자연스레 싹트게 됩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부족함과 여유로움을 갖고 있게 마련입니다. 서로 부족한 점을 상대방의 여유로움으로 채우다 보면 지탱하는 힘이 생기게 됩니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고 채워주고… 이것이 바로 진정한 로타리언정신이지요."



무엇보다 지난달에 있었던 200Km 울트라마라톤 이야기가 궁금했다. 과연 이렇게 점잖고 가냘프며 학자냄새가 물씬 풍기는 어른이 그 혹독한 코스를 어떻게 완주했을까?

새들의 낙원 을숙도를 출발하여 우리 민족의 생명줄인 낙동강생태계를 둘러본 후 천태산을 한 바퀴 휘돌아 내려오는 최고의 도전코스. 군대시절 겪었던 100Km 행군의 아픈 기억을 20년이 지난 지금도 지울 수 없는 나에게는 감히 상상 조차할 수 없는 극한의 코스였기 때문이다.

"제일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곳은 천태산을 넘는 코스였습니다. 칠흑 같은 한밤중에 앞뒤를 살펴봐도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산길을 홀로 넘어가는데 때로는 섬뜩함을 느꼈고 숨은 턱에 차올라 힘에 겨웠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달빛에 비친 낙동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살아온 지난 세월이 저 낙동강을 따라 흐르는 물처럼 한편의 파노라마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산을 넘었으니 온몸에 성한 곳이 없단다. 무릎이 부어오르고,계속되는 마찰로 사타구니가 모랫바닥처럼 헤어져 피투성이가 되고,발톱은 시퍼렇게 죽어서 빠지고…. 무려 이틀 동안 한숨도 못 자고 꼬박 달려야 하니 이런 정도의 부상은 예사라고. 완주 후에도 일주일은 요양을 해야 회복이 될 정도라고.

"그렇게 산을 넘어 물금에 도착하니 새벽이 되었습니다. 그때 어느 아주머니가 따뜻한 김밥과 국물을 챙겨주었는데 그 고마움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클럽회원들도 수박화채와 음료수,식사를 준비해와 지친 마라토너들에게 큰 힘이 되었는데,그때 먹었던 김칫국과 밥,아이스크림은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울트라 마라토너들은 그저 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행사 참가비를 통해 모여진 수익금을 결식아동들을 돕는 '한 끼의 식사기금'에 기증하는 자선사업과 병행한다.

"캄보디아와 방글라데시 등 빈곤국가에서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은 500원만 있으면 한 끼의 식사가 해결된다고 합니다. 이에 착안한 것이 '한 끼의 식사기금 조성운동'인데,저도 이번에 Km당 500원을 약정하여 10만원을 기부했고,추가로 Km당 1000원을 기부해 총 30만원을 기부할 계획입니다."

장훈석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줄곧 '로타리언 정신'을 강조했다. 막무가내로 뛰기만 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그늘진 곳과 어두운 곳을 돌보며 뛰는 것이 진정한 로타리언 정신이라는 것이다.

"뛸 줄 알면 철학을 알게 됩니다. 마라톤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연습을 안 하고는 절대로 마라톤을 할 수 없지요. 연습 없이 풀코스를 욕심내면 뛸 수도 없을뿐더러 반드시 불행한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늦어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거치게 되면 결국에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웅상로타리클럽이 새겨진 운동복 한 벌과 운동화 한 켤레를 신고 밤새워 달렸던 그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진정 자신이 원했던 삶과 철학에 대해 눈을 뜬 듯싶었다.

"유산소 운동을 하게 되면 우선 머릿속이 맑아집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어려움을 이기는 지혜도 생깁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와도 장거리를 뛰다 보면 이겨낼 지혜가 떠오르고 헤쳐나갈 방법들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이 시궁창같이 복잡한 사람이 하는 일이 깨끗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서인지 거래처에서도 마라톤 정신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란다. 풀코스를 뛴 사람이니 존중해준다는 것.

요즘도 매일 새벽 5시부터 1시간 30분 넘게 마라톤훈련을 한다는 그는 일요일에도 천성산 코스와 자택이 있는 웅상에서 다방동 입구까지의 35Km 코스를 쉼 없이 달리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훈석씨는 마라톤일지도 꼼꼼하게 적으며 운동을 매뉴얼화하고 있고 조만간 관련서적도 출판할 예정이다.

"다가오는 8월에도 50Km 울트라마라톤에 참가할 계획입니다. 최종 목표는 국토횡단 및 종단,그리고 풀코스 마라톤 100회를 달성하는 것이지요. 웅상로터리클럽 박수덕 회장님도 최근에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그분은 60세의 연세에도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시는 저보다 젊은 분입니다.

최근에는 직원들과도 함께 마라톤을 합니다. 그들과 함께 달리며 안부도 묻고 어려운 사정 얘기도 듣고 격의 없이 지내는 모티브를 만들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이중생활과 사적인 일에 들이며 낭비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생활비도 절감할 수 있고,보이지 않는 손실을 막을 수 있지요. 이렇듯 달리는데도 품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장훈석 회장을 만나면서 그동안 '무모하다'고 생각해 왔던 울트라마라톤에 대한 매력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무거운 체중 탓에 경미한 사고에도 심각한 골절상을 입어 목발을 집고 다니는 나에게 "완쾌되면 꼭 마라톤을 하라"고 권하는 그가 꼭 '마라톤 부흥사'처럼 느껴졌다.

그런 그에게서 울트라 마라톤은 결코 무모한 도전이 아님을,결코 미친 짓도 아님을,오히려 울트라인생을 살아가게끔 하는 원동력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양산매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산매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훈석 #울트라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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