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처. 아름다운 잔디밭, 일원불을 향하여 기도를 하는 곳이다.정근영
반면에 조선 불교를 혁신하여 새불교가 된 원불교는 항마한 성인이 너무 많은 것 같아 그 분들이 정말 득도하야 성인이 되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원불교는 보통급, 특신급, 법마상전급, 법강항마위, 출가위, 대각여래위 등 6등급의 법위단계가 있다. 원불교에 입문하면 보통급, 특별한 믿음을 내면 특신급, 삼독심을 버리고 진리를 행하기에 노력하고 반 수 이상은 법이 이길 적에 법마상전급이다.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서 마군을 항복받듯 세속의 욕망을 조복받고 법이 이기면 항마위다.
이 단계부터는 성인이다. 항마위며 여기서부터 성자다. 원불교에서는 이 항마위 이상의 도인이 많다. 그들이 진정 성인의 인격을 갖춘 것인지, 세속 사람들의 공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아니 그런 믿음을 받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부산교구에서는 교당별로 배내 청소년 삼동 수련원에서 법위 단계에 따른 훈련을 한다. 나는 7월 7일과 8일 1박2일의 법위단계 훈련을 받게 되었다. 훈련에 참가한 교도는 보통 특신부와 법마상전부, 항마부의 3팀으로 나누었다. 나는 상전부에 소속되어 있었다. 상전부에서는 천지, 부모, 동포의 세팀으로 나누어 교리도를 작성하고 설명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는 천지팀을 대표하여 나가 MVP로 뽑혔다.
원장님으로부터 꽃사과 식초로 상을 받았다. 다음날 해제식 때 또 감상담을 발표하게 되어 또 상을 받게 되었다. 이것이 행운의 겹침이었을까. 생일날의 특별한 선물이 되었다.
배내 삼동 청소년 수련원은 정말 아름다운 숲이다. 문 없는 문을 들어서면 팔각정이 손을 내밀고 그 곁에서 황토방 찻집이 가슴을 연다. 경사가 좀 급하긴 하지만 한걸음 한걸음 길따라 올라가면 예쁜 수련이 활짝 핀 연못 위 숲속에 소년 대종사 동상을 만난다.
길목엔 공든 탑 돌탑이 당당히 어깨를 내밀고 서 있다. 절집의 대웅전과 같은 대각전이 숲속에서 우뚝 솟아있다. 대각전 뒤쪽으로 발길을 돌려서 아름다운 숲속을 따라 올라가면 기도터에 이른다.
맑은 바람이 흐르고 밝은 햇살이 쏟아진다. 기화요초가 우거진 숲속에 일원상 비석이 서 있다. 원불교는 불상을 모시지 않고 진리를 상징하는 동그라미 일원상을 모신다. 원불교 신자는 동그라미를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아서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진리를 닦는다.
원불교가 지향하는 성숙한 인간은 활불이다. 살아서 움직이는 부처다. 배골 삼동 훈련원은 활불을 배출하는 도량이다. 원불교는 너도 부처 나도 부처, 우리 모두 부처가 되어 낙원을 건설하려는 종교다. 대산종법사의 휘호 활불 비석이 숲속에서 빛이 난다.
여름철이면 이곳에서 '숲속의 학교'가 문을 연다. 불교의 스님, 원불교의 교무, 천주교의 신부, 수녀, 개신교의 목사, 천도교의 포덕사 등 여러 종교의 성직자가 교사가 된다. 숲속의 학교에서는 종교를 따지지 않는다. 모두가 하나되어 진리를 연마하고 인격을 닦는다.
이들 성직자들은 종교와 사상의 울을 벗어나 서로 손잡고 이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 훈련에 정성을 모은다. 올해로 12년째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갈라진 이 세상을 하나로 만들고 모두가 하나되어 낙원세계를 건설하게 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여기서 하나로 어울리는 공부를 하여 하나로 사는 세계를 꿈꾸기를 바라면서 배내 삼동 청소년 수련원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