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은 지난 4월 우리금융후보추천위원회가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을 신임회장으로 내정한 후 기자회견하는 모습이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만나보니까, 과연 정부가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3년간 별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죠."
박병원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말이다.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212조원의 거대 금융그룹 회장으로 자리를 잡은 박 회장이 10일 기자들과 만났다. 지난 100일 동안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해 온 금융 이야기를 풀어놓기 위해서다.
특히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나 국민연금 참여 등 민감한 내용에 대해선, '사견' '시장 투자자의 의견'이라는 전제를 깔면서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나타냈다.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빨리 밝혀야"
우선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에 대해선 "이 부분에 대해서 말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의심스럽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다"면서 "시장 투자자들의 반응을 전달한다는 전제로 말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동안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보니, 정부의 민영화 의지에 대해서 상당한 회의를 갖고 있었다"며 "우선 정부가 블록세일을 통해 가급적 빨리 매각하겠다고 밝힌 지분 23%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을) 5%씩 쪼개서 5~6차례로 나눠팔려고 하는 것은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시장에 (주식) 물량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 보다 빠른 시간 안에 끝내는 것이 좋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매각을 추진 중인 우리은행 지분을 단기간에 매각 물량을 늘려서 끝내라는 주문인 셈이다.
나머지 지배권과 관련된 '50%+1주' 매각에 대해서는, "정부가 경영권 프리미엄 받고 팔겠다는 것을 뺀 이상 어떻게 매각할지에 대한 로드맵을 빨리 제시해 줘야 한다"고 박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주식) 시장에서 당분간 저 50%가 최소한 5~10년은 안 나올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 민영화 과정에서 특히, 23% 남은 지분을 제값받고 파는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투자는 환영하지만, 경영권 개입은 반대
최근 논란이 일었던 국민연금의 우리금융 지분 참여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수익률을 생각해서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환영하지만, 경영권 인수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회장은 "국민연금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주식이나 채권 등을 사들이겠다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며 "단기간에 (우리은행 지분을) 시장에 팔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장기 투자자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도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5~10% 수준의 지분이라면 시장에서 환영을 받겠지만 경영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확신 못하겠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민연금 스스로 시장에서 환영받을수 있는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잘 가늠해서 투자해야 할 것이라는 충고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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