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조를 만지는 손' 우리금융 박병원의 100일

"정부, 민영화 로드맵 빨리 내놔야... 국민연금 경영권 인수 '반대'"

등록 2007.07.10 18:33수정 2007.07.11 14:02
0
원고료로 응원
박병원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은 지난 4월 우리금융후보추천위원회가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을 신임회장으로 내정한 후 기자회견하는 모습이다.
박병원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은 지난 4월 우리금융후보추천위원회가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을 신임회장으로 내정한 후 기자회견하는 모습이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만나보니까, 과연 정부가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3년간 별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죠."

박병원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말이다.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212조원의 거대 금융그룹 회장으로 자리를 잡은 박 회장이 10일 기자들과 만났다. 지난 100일 동안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해 온 금융 이야기를 풀어놓기 위해서다.

특히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나 국민연금 참여 등 민감한 내용에 대해선, '사견' '시장 투자자의 의견'이라는 전제를 깔면서 자신의 속내를 그대로 나타냈다.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빨리 밝혀야"

우선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에 대해선 "이 부분에 대해서 말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의심스럽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다"면서 "시장 투자자들의 반응을 전달한다는 전제로 말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동안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보니, 정부의 민영화 의지에 대해서 상당한 회의를 갖고 있었다"며 "우선 정부가 블록세일을 통해 가급적 빨리 매각하겠다고 밝힌 지분 23%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어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을) 5%씩 쪼개서 5~6차례로 나눠팔려고 하는 것은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시장에 (주식) 물량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 보다 빠른 시간 안에 끝내는 것이 좋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매각을 추진 중인 우리은행 지분을 단기간에 매각 물량을 늘려서 끝내라는 주문인 셈이다.

나머지 지배권과 관련된 '50%+1주' 매각에 대해서는, "정부가 경영권 프리미엄 받고 팔겠다는 것을 뺀 이상 어떻게 매각할지에 대한 로드맵을 빨리 제시해 줘야 한다"고 박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주식) 시장에서 당분간 저 50%가 최소한 5~10년은 안 나올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 민영화 과정에서 특히, 23% 남은 지분을 제값받고 파는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투자는 환영하지만, 경영권 개입은 반대

최근 논란이 일었던 국민연금의 우리금융 지분 참여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수익률을 생각해서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환영하지만, 경영권 인수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회장은 "국민연금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주식이나 채권 등을 사들이겠다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며 "단기간에 (우리은행 지분을) 시장에 팔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장기 투자자라는 점에서 시장에서도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5~10% 수준의 지분이라면 시장에서 환영을 받겠지만 경영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확신 못하겠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민연금 스스로 시장에서 환영받을수 있는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잘 가늠해서 투자해야 할 것이라는 충고도 이어졌다.

"소액 신용대출 사업 진출 고민중이다"

지난 4월 우리금융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을 내정한후, 우리은행 노조원들이 낙하산 인사라며 회견장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박 회장이 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 4월 우리금융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박병원 전 재정경제부 차관을 내정한후, 우리은행 노조원들이 낙하산 인사라며 회견장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박 회장이 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박 회장은 이밖에 향후 그룹 경영전략에 대해 지주회사를 살리기위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 비은행 부문 강화, 해외진출 등을 꼽았다. 그는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투자은행(IB) 육성을 강조했다.

대형 증권사(우리투자증권)와 기업금융이 강한 은행을 가지고 있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리겠다는 것이다.

최근 사회문제로까지 커진 대부업 등 소비자금융업 진출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신용도가 있지만 소액 자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해 사채로 몰리는 금융소비자를 위한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실 모든 은행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룹 차원에서도 논의는 되고 있지만, 이같은 사업에 진출해야할지 아니면 하지말아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료에서 거대 금융그룹의 수장으로 나선지 100일. 박병원의 우리금융호가 날로 치열해지는 금융시장의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낼수있을지 금융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병원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3. 3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4. 4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5. 5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