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의 다른 글 2007년 6월 21일 목요일. 맑고 더움 아침식사가 숙박료에 포함되어 있었다. 원두막 아래 식탁에서 계란프라이 2개가 얹어진 밥과 커피에 음료수까지 먹고 나오려는데 아주머니가 숙박료라 20CUC(쿠바태환화폐, 세우세)를 요구한다. 분명히 어제 남편이랑 10CUC로 하기로 했는데 끝까지 20CUC를 요구한다. 실랑이를 해보다가 그냥 주고 가려는데 남편이 때마침 나타나서 10CUC를 거슬러준다. 고객에게 피해를 주면 결국에는 자기가 손해라는 걸 남편은 알고 있었나 보다. 말 그림 문양의 간판이 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 물을 얻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저씨는 마당에서 무언갈 조각하고 있었고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꼬마 두 명과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는 집 앞에 그냥 앉아 있었다. 아저씨가 코코넛을 먹지 않겠느냐고 해서 좋다고 했더니 중학생으로 보이는 친구가 갑자기 집 앞마당의 7~8m쯤 되어 보이는 코코넛 나무 위로 성큼성큼 올라가더니 순식간에 꼭대기에서 내 머리만 한 코코넛을 여러 개 떨어뜨렸다. 아버지가 코코넛을 주워서 큰 칼로 껍질을 벗기고 윗부분에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을 내더니 유리컵에 내용물을 따라 주었다. 2잔 반이 나왔다. 하지만 친구가 노력한 만큼 맛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한 번에 다 마셨고 맛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코코넛 안의 '마샤'라고 부르는 하얀 속살을 잘라 주었는데 무말랭이 맛이 나는 게 씹는 맛이 좋았다. 큰사진보기 ▲코코넛 집 꼬마 친구와 함께박정규 큰사진보기 ▲저 나무 위로 순식간에 올라가버렸다.박정규 큰사진보기 ▲코코넛을 잘라서 음료수를 건네주는 아저씨박정규 큰사진보기 ▲코코넛 음료수박정규 오후7시 40분. 길가의 어느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 카트리네(19)란 여자 친구가 집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날 발견하고 집에서 잘 수 있게 도와주었다. 단층 시멘트 벽에 양철 지붕에 나무 기둥으로 이루어진 집이다. 방 안 한구석에서 샤워를 했다. 벽 한쪽에 엄지손가락만 한 구멍이 밖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사진촬영을 하자고 했더니 다들 좋아하며 거의 사진사가 되다시피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어머니가 반찬을 밥 위에 여러 가지를 올려주는 등 많은 점에서 배려를 해주었다. 거의 상황이 정리되고 자려는데 카트리네가 호텔에서 자면 하루에 얼마나 주느냐고 물었다. 이상한 느낌에 '설마' 하는 생각으로 되물었다. 결국에는 자기 집에서 자면 얼마를 줄 수 있느냐는 거였다. 조금 기분이 상했지만 얼마를 원하느냐고 물었더니 30페소를 원한단다. 비수기라서 할인을 해달라고 했고 20페소에 합의를 하고 눈을 감았다. 내가 카메라도 보여주고 세계일주를 한다고 해서 돈이 많다고 생각하고 갑자기 돈 욕심이 난 걸까? 마음이 편하지 않다. 큰사진보기 ▲사진 촬영을 즐기던 카트리네박정규 큰사진보기 ▲카트리네 집박정규 희망일지 현장수첩-6월 21일 1. 이동경로HOLGUIN Mayari‐ HOLGUIN 타카마라2. 주행거리 48km / 3시간 46분 / 평균속도 12.7km/h 3. 사용경비: 248페소 / 환율 1$=1CUC=24페소어제 숙박료(까사): 10CUC, MAYONESA 빵 2개: 4페소, 음료수 3잔: 4페소, 4. 음식아침: 밥, 계란 후라이2개, 커피, 음료수 점심: MAYONESA 빵 2개, 음료수 2잔저녁: 양고기, 옥수수 다진 요리 간식: 음료수 2잔 2007년 6월 22일 금요일 흐림 오전 7시 기상. 카트리네 집도 역시 부지런했다. 아버지도 벌써 일하러 가셨고 어머니도 좀 전에 나가셨다. 카트리네가 나도 떠날 시간이란 걸 알려주었다. 갑자기 카메라를 자신에게 선물해달라고 한다. 하나밖에 없는 거고 너 주면 다른 쿠바 친구들을 찍을 수가 없다고 말하자 이해하는 것 같다. 이번에는 얼굴에 바르는 걸 달라고 한다. 화장품 샘플을 하나 건네주니 옆에 있던 사촌 여동생이 자기도 달라고 떼를 쓴다. 결국 몸에 바르는 샘플 팩을 몇 개 건네주고 20페소를 주고 떠나려는데 돈을 돌려주면서 20CUC를 말한 거란다. 순간 당황했고 조금 화가 났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난 학생이고 이 정도 돈을 주면 난 많이 굶어야 된다"고 했다. "그럼 10CUC? 줄 수 있어? 5CUC만 줄게. 그래." 카트리네는 사실 많은 돈을 받으려고 했다기보다는 그냥 돈 자체를 받았다는 사실에 만족해한 것 같다. 큰사진보기 ▲산을 내려오자 이런 평지가 계속 이어졌다.박정규 큰사진보기 ▲거리를 나타내는 표지판박정규 길가의 어느 집에서 손짓해서 그리로 들어갔다. 음료수도 주시고 흔들의자에 선풍기까지 내어주신다. 사촌들이 집에 다 모여 있었다. 아이들만 7명이었고 어른들도 5~7명 정도 되었다. 사진을 찍어드린다고 하자 순식간에 모두 빠져나가고 나름대로 준비된 2명만이 남았다. 빨리 다 들어와서 같이 찍자고 하자 하나 둘 모였다. 아주머니 한 분이 웃음보가 터지셔서 촬영하는 내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큰사진보기 ▲아이들이 많던 가족들과 함께박정규 큰사진보기 ▲케이크를 뒤에 싣고 어디론가 즐겁게 가던 아저씨박정규 조금 큰 도시에 오자 큰 교회가 나타났다. 한번 들어가 보자! 라는 생각에 문을 두드렸다. 넉넉한 체격을 가지신 "이솔다"라는 아주머니가 나왔다.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오늘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봤는데 웃으면서 그러라고 한다. 먼저 샤워하고 한 숨 자란다. 휴지를 좀 달라고 했더니 꼬마가 낙서한 공책 3장을 주신다. 다른 곳에서도 신문지나 공책을 많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저녁에는 다른 사촌들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결혼 유무, 한국으로 돌아가는 시기, 사는 지역, 전공, 한국에서 쿠바까지의 비행시간" 등에 대해서 물어봤다. 큰사진보기 ▲맛있는 저녁식사박정규 큰사진보기 ▲교회 가족들과 함께박정규 큰사진보기 ▲TV 옆에 있던 조금은 불안해 보이던 가스통박정규 희망일지 현장수첩-6월 22일 1. 이동경로HOLGUIN Mayari‐HOLGUIN BUENAVENTURA 2. 주행거리82.9km / 5시간 41분 / 평균속도 14.5km/h 3. 사용경비: 129페소 / 환율 1$=1CUC=24페소어제 숙박료: 5CUC, 토마토 들어간 부드러운 빵 3개: 6페소, 음료수 3잔(사탕수수 음료1): 3페소4. 음식아침: 커피, 우유점심: 토마토 들어간 부드러운 빵2개, 음료수 2잔저녁: 콩 밥, 계란후라이 2개, 바나나 튀김간식: 음료수2잔, 커피1잔물 4.5리터5. 신체상태온 몸에서 전체적으로 열기가 느껴짐.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햇빛 차단이 필요할 듯. 2007년 6월 23일 토요일 맑고 더움 낮12시40분. LAS TUNAS 침례교회 도착. 큰 도시마다 교회가 있다는 말에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어렵지 않게 찾아올 수 있었다. 웃는 모습이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가브리엘" 목사님은 내 집같이 생각하라며 원하는 만큼 쉬다 가라고 하셨다. 영어를 어느 정도 하셔서 대화에 큰 무리는 없었다. 19살짜리 아들도 내가 지나온 HOLGUIN Sagua의 친척집까지 이틀 동안 자전거로 간 적이 있다고 했다. 큰사진보기 ▲LAS TUNAS 시를 알리는 경계석박정규 큰사진보기 ▲특이한 모양의 버스박정규 쿠바에 교회가 있다는 사실도 신기했고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교회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며칠 동안의 피로를 풀고 내일까지 쉬다가 월요일 날 다음 목적지까지 가기로 했다. 이제 어느 정도 쿠바에서 여행하는 법을 알 것 같고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금 알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말했던 "가난한 사람들과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위험하다"는 슬픈 생각이 점점 사실이 아니란 걸 배워가고 있고 한 걸음 한 걸음씩 쿠바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큰사진보기 ▲제법 규모가 큰 LAS TUNAS 침례교회박정규 큰사진보기 ▲유머 감각이 뛰어나시던 가브리엘 목사님박정규 큰사진보기 ▲앵무새를 어깨에 올려놓고 자랑스러워(?) 하는 필자박정규 희망일지 현장수첩-6월 23일 1. 이동경로 HOLGUIN BUENAVENTURA‐LAS TUNAS2. 주행거리 37.4km / 2시간 24분 / 평균속도 15.5km/h 3. 사용경비: 2페소 / 환율 1$=1CUC=24페소음료수 2잔: 2페소4. 음식아침: 빵, 계란 후라이, 초코우유점심: 밥, 과일, 작은 햄버거, 콩 요리저녁: 밥, 스프, 과일, 치킨, 양고기5. 신체상태모기 물린 다리 상태가 약 발라주기를 원하고 있다. -2007년 6월 24일 일요일. CUBA. NAS TUNAS에서.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 올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쿠바 #자전거여행 #코코넛 추천5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박정규 (runnerpjk) 내방 구독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이 기자의 최신기사 저기... 오늘밤 당신 집에서 묵어도 될까요? 구독하기 연재 자전거세계일주 <박정규 여기 있다!> 다음글49화쿠바 자전거 여행자, 모기 떼에 두 손 들다 현재글48화가난하고 못 배우면 위험하다고? 이전글47화쿠바식 즉석 피자, 한국식 시골 인심 추천 연재 어쩌면 우리의 장례이야기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여주양평 문화예술인들의 삶 "마지막 대사 외치자 모든 관객이 손 내밀어... 뭉클" 난 늙을 줄 몰랐다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제주 사름이 사는 법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SNS 인기콘텐츠 "끝내자 윤건희, 용산방송 거부" 울먹인 KBS 직원들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무인기 사태 후 파주 읍내에 중무장 군인들 깔렸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용산 '친오빠 해명'에 야권 "친오빠면 더 치명적 국정농단"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4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5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가난하고 못 배우면 위험하다고?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이 연재의 다른 글 50화웃통 벗어던지고 한밤의 댄스파티 49화쿠바 자전거 여행자, 모기 떼에 두 손 들다 48화가난하고 못 배우면 위험하다고? 47화쿠바식 즉석 피자, 한국식 시골 인심 46화아바나엔 체 게바라가 살아있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