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이비 논객 댓글 씨의 하루

등록 2007.07.09 18:29수정 2007.07.0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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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새벽부터
댓글 씨는 인터넷을 두루 주유하며
당면 현안이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챙기고 나서
당장 써먹어도 좋을 논쟁거리와
논쟁을 촉발할 수 있는 주제를 분리수거
c드라이브에 저장한다
이미 논쟁이 붙은 주제를 거론함으로써
당장 분위기를 달굴 것이냐 아니면
조금 멀찌감치 내다보고
슬쩍 논쟁의 미끼를 던지는 글을
먼저 쓸 것이냐를 결정하느라
그의 머릿속은 노상
초당 수백 gigabyte의 속도로 움직인다
그의 손가락 관절들은 벌써
혹사를 호소하면서
주 5일제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손에 비해
노동의 강도가 너무 심하지 않으냐는 거다
그러나 이성이 마비된 자들이 이틀씩이나
세상을 휘젓고 다니도록 내버려둔다는 건
민주시민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이자
직무유기라고 믿는 그는
손가락들의 불법쟁의를 사법당국에
가차없이 고발할 방침이다
댓글 씨에게 있어
사이버는 사이비와 이음동의어이다
왜 사이버 세상엔 그토록
사이비가 수두룩한지 모르겠다고 고시랑거리는
댓글 씨의 목소리에서는
십년 전부터 발효를 기다리던
우국충정이 자연스럽게 우러난다
하루 종일 이런저런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일용할 논쟁거리를 섭취하는
부지런한 댓글 씨의 등 뒤에서
늙은 언론의 자유가 해소 기침을 쿨럭이고 있다
#댓글 #사이버 #사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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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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