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정기석
아무 일도 안하고 툇마루에 앉아 시나 쓰던 사람이 어떻게 결혼을 할 수 있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천연덕스러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나무는 해오겠다고 했어요. 3일만 굶으면 살 방법이 나온다고도 하고... 결국 결혼한 직후 실제로 같이 이틀인가를 굶어본 적도 있어요. 그러고 있으려니 누군가 쌀을 갖다주고, 누구는 먹을거리를 챙겨오고 그러더군요."
더군다나 처가가 대대로 절에 다니는 집안이라 반대가 아주 심했다는 말을 덧붙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처의 할머니가 저를 부르더니 그만 결혼하라고 하시대요. 종류는 다르지만 진실한 믿음을 가지신 분들이니, 또한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보려는 사람에게, 소중한 믿음을 나눠주신 것으로 생각해요."
그리고 첫 부임한 곳이 절해고도 울릉도 나리분지.
"가 보니 교회 살림을 꾸리는 기금이 13만원인가 남았다고 그래요. 가난한 마을이라 목사 사례비도 따로 줄 형편이 안 된다고 걱정만 하고, 참 막막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