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 한 끼 못 챙겨주고 배웅도 못해주고"
마침 7일에는 고등학생 1학년인 딸 수연이가 엄마를 보러 농성장을 찾았습니다. 언론에서만 농성장을 봤던 수연이는 '노조 분회장'인 엄마가 낯선 모양입니다. 무서운 농성장에서 본 경미씨는 집에서 보는 엄마랑 좀 달랐으니까요.무엇보다 수연이는 '수배자'인 엄마가 걱정입니다. 처음에는 투쟁에 나서라고 말했지만, 그래서 더 마음이 무겁고 사실 후회도 됩니다.
수연이는 "TV에서 뉴스를 보면 불안하다, 경찰이 오면…"이라면서 차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경미씨는 그런 딸에게 미안하고 죄스럽습니다. 천상 '엄마'인 경미씨는 "밥 한끼 못 챙겨주고, 학교갈 때 배웅하지 못하는 게 가슴아프다"면서 "그게 내 생활인데, 생활을 뒤로 하고 조합일을 하는 게 내 이기적인 생각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합니다.남편에게도 미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미씨는 영상편지를 통해 "가정과 직장만 알고 다니다가 생존권을 찾겠다고 미친 듯이 노동조합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속상하겠지만 이해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문제지만, 나중에 딸인 수연이·수민이의 일도 될 수 있으니까 누군가 해야될 일이라고.그래도 그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노조의 분회장입니다. 경미씨는 "한편으로는 이건 내가 꼭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기 때문에, 가족이 나중에 이해해줄 거란 생각을 하고 일단 여기에 전념하고 있다"며 말했습니다.
[딸] "엄마한테 투쟁하라고 시킨 것 후회도 되지만"
하지만, 경미씨가 따로 이해를 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수연이는 "엄마가 하는 일은 파업을 하는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세우는 것도 아니고 자기 권리를 찾는 일"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습니다.
수연이는 "엄마가 끝까지 맡은 일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며 "집은 내가 지킬테니까 걱정하지 말고"라고 응원도 했습니다.그런데 수연이의 씩씩한 응원은 힘차게 끝나지 않네요. 수연이는 "정말 정말 정말 많이 사랑해, 사랑해"라면서 눈물을 닦았습니다.엄마의 말도 결국 "사랑한다"로 끝납니다.
경미씨는 "엄마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거 알지?"라며 "엄마가 표현이 참 부족하다, 하지만 엄마 이 맘 알아줄 거 알어, 진짜 사랑해, 사랑해요"라고 말했습니다."사랑해"를 반복하는 경미씨 얼굴에 다시 미소가 도는 걸 보니, 딸 수연이의 '지지 방문'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일하는 김경미씨의 딸 임수연입니다.
지금 홈에버 월드컵점에는 불법으로 농성을 하고 있는 노조원들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영업을 할 수 없고, 많은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돌려야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노조원들이 농성을 하고 있는 걸까요?
지금까지 회사는 이 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을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수입에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직원들이 어려운 조건을 내세운 것도 아니고 단지 지금보다 조금 나아진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회사는 이 작은 부탁도 무시하고 아무 잘못 없이 해고시킨 직원도 모른 척 하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언론에서도 직원들이 왜 이렇게까지 농성을 하는지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고 보는 이들이 안 좋은 인식을 갖게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나쁜 쪽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조금이나마 이 위험을 감수하고 파업을 하고 있는 직원들의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