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연
모처럼 후텁지근한 기운이 물러가고 뽀송한 바람과 햇빛이 가득한 주말입니다. 아침부터 서둘러서 이불 빨래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고 나니 문득 피크닉이 생각나더군요.
처음에는 김밥이나 유부초밥을 만들어보려 했는데 가만 생각하니 이 더운 날씨에 상하기 십상인 것 같아 그냥 주먹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주먹밥이면 너무 심심할 것 같아 마침 냉장실에 있던 베이컨으로 띠를 둘러주었습니다. 곁들여서 방울토마토와 얼마 전 많이 만들어서 다 못 먹고 남아 냉동해 둔 다진고기 감자 크로켓을 한 번 해동해서 전자렌지에 데워 넣어봤고요.
평소에 만들던 요리보다 오늘의 도시락은 좀 더 색감이 화려하지요.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어 사진까지 찍은 것인데 베이컨말이 주먹밥 도시락의 느낌이 사진으로 잘 전달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잡지책을 보면 꼭 이런 도시락에는 상추 따위를 넣어서 '깔아' 주기에 저도 한 번 따라해 봤습니다.
이번에 준비하는 요리책 작업을 하면서 요리 스타일링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걱정하니 옆에서 아이 아빠가 한 수 알려주더군요. "모르면 고수들을 따라하는 것이 최고야!"라구요. 아, 오해는 마십시오. '모방'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스타일리스트들이 만든 훌륭한 작품을 많이 보고 좋은 점을 배워서 응용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내라는 뜻이니까요.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좋은 요리 사진을 많이 보면서 나름대로 연구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다보니 조금은 발전한 것 같습니다. 소위 말하는 '안목'이라는 게 생겼다고나 할까요? '음, 이런 경우에는 상추를 깔면 되겠군. 이런 경우에는 이런 접시를 쓰면 좀 음식이 돋보이겠군' 하는 아이디어도 많이 갖게 되었구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 정작 아쉬운 것은 제 손끝에서 나와주는 실력이 발전한 것이 아니라 '눈만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스스로 요리 사진 찍어 놓고 흡족해했을 것이-지금 와 다시 보면 너무너무 창피할 정도로 엉터리인 사진임에도- 이제는 원하는 사진이며 스타일링이 나오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다시 말해 실력은 안 따라주고 눈은 높아져 가지고 뭐 찢어지는 뱁새 꼴이 된 셈인데요. 이러면서 차차 나아지겠지 싶어서 그냥 편하게 '과정을 즐기자'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못지않게 소중하고 의미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저도 이제 제법 철이 든 것일까요? 언젠가는 정말 멋진 요리 스타일링과 괜찮은 사진도 남길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자, 각설하고요. 쉽게 만들 수 있는 베이컨말이 주먹밥을 간략하게 소개해보도록 할게요. 먼저 재료부터 알아볼까요?
재료(4인 분량)
밥 5공기, 베이컨 8~10장, 볶음밥 가루(시판제품), 참기름 3~4큰술, 기타 과일이나 치킨 등 곁들이면 좋은 재료 적당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