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섬강일두
성수씨가 다시 섬을 찾았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아내, 이충은(46)씨였다. 성수씨가 1년이란 시간 동안 중국에서 방황하는 사이, 최선을 다해 섬을 지켜주고 있었다.
이후, 성수씨와 아내 그리고 새로 구성된 20명의 직원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섬을 가꿔나가기 시작했다. 밤샘 작업에 휴일도 반납하고 오로지 '섬' 하나만을 생각하며 일하고 또 일했다. 그러자, 섬이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아담한 산책로와 넓은 잔디밭, 우거진 숲으로 관광객들을 서서히 불러 모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입소문으로 단골손님까지 생기기 시작하던 무렵, 섬 위를 지나는 다리가 들어섰다. 당시, 고슴도치 섬은 춘천시와 서면의 중간 지점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춘천시가 고슴도치 섬에 교각을 세우면서 의암호를 지나는 다리를 건설한 것이었다.
"다리 한 가운데에서 빠져나와 다리 밑에 위치한 고슴도치 섬으로 연결하는 도로를 만드는 거야."
이전에는 주변 선착장에서 일일이 배로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던 터였다.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섬은 사유지지만, 도로는 공공 시설물이다보니 둘 사이를 연결하는데 행정상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다리를 만들면 접근성이 좋아져 춘천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얼마나 달라붙어 설명했는지, '인간 진드기'라는 별명도 얻었다. 결국, "진짜 독하다"며 성수씨의 집념에 모두들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리곤 마침내 꿈에 그리던 다리가 놓였다. 그날 밤, 성수씨는 참 많이도 울었다. 기뻐서, 마냥 행복해서... 2000년의 일이었다.
다리가 놓이자 섬을 찾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연이어 겹경사가 따라 들었다. 각종 콘서트의 단골 행사지로 선정된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춘천마임축제가 열리게 된 것이다.
'아버지, 이젠 편안히 잠드세요'
노을빛이 강가에 퍼질 무렵, 그는 숲 속 깊숙이 들어갔다. 그곳엔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복사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비할 데 없는 청초함과 생명력 앞에 감격하고 또 감격했다. 그래. 섬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처음 고슴도치 섬에서 일하던 때가 생각난다. 있는 그대로가 아닌 돈으로 대하며 주판알을 퉁기던 때를. 그렇게 떠나버린 섬을 다시 되찾기까지 20여년이 걸렸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섬을 돌아다닌 성수씨가 사무실 소파에 앉는다. 창 너머로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보인다. 바비큐파티를 하는 사람들, 의암호에서 보트를 타는 사람들. 어느 해보다 더위가 이른 올해는 섬을 찾는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돗자리를 펼쳐놓고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며, 성수씨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어릴적 나의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길.' 항상 어린 성수씨의 손을 잡아주었던 아버지를 떠올려본다. 어느 누구보다 아들의 방황을 안타까워했을 아버지.
'이젠 편안히 잠드세요.'
| | '고슴도치 섬' 찾아가기 | | | | ▲자동차: 춘천역에서 5번 국도를 타고 화천 방면으로 가다 춘천 인형 극장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신매대교를 타면 된다.
▲버스: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차 후 택시 이용. (약 10여분 소요)
▲기차: 청량리역 승차, 남춘천역 하차. (1시간 50분 소요) 한 시간 간격으로 하루 19번 운행.
▲현지교통: 시내버스- 남춘천역에서 나와 오른편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에서 31, 32, 33, 39, 77, 90번 중 하나를 골라 타면 된다. 운행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며 번호에 상관없이 배차 간격은 약 15분, 운행 소요시간은 20분 정도이다(문의: 춘천시내버스 033-254-6925)
고슴도치 섬에선 춘천 마임 축제, 춘천벚꽃축제, 오토캠핑 등이 열리고 있다. 부대시설로는 수영장, 방갈로, 승마 체험장, 수상보트장, 도자기공예체험 등이 있다. 방갈로는 최대 300여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현재는 연간 27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춘천의 대표적인 명소다(문의: 033-254-7650·252-2168, 홈페이지:http://www.iwido.com).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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