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회 한 접시에 4만원이다. 위에 껍질째 있는 것이 뱃살맛객
민어를 먹기 전에 나오는 양념장을 살펴보자. 된장에 들기름과 참깨를 뿌린 것과 초고추장에 대파를 송송 썰어 넣는 양념장이 있다. 고추냉이를 회에 얹어 간장에 찍어 먹을 수도 있다. 회는 찍어먹는 장과의 조합이 맛을 살리기도 하고 떨어뜨리기도 한다. 맛집 탐방하는 블로거의 포스트에서 광어는 초장에 찍어먹고 놀래미는 간장에 찍어 먹는 사진을 보았다. 당연히 옳은 조합이라고 할 수 없다.
광어는 느끼함 없는 담백미가 넘치는 회, 따라서 간장이 어울린다. 놀래미는 기름기가 있는 생선이기에 초장과 된장에 들기름 마늘을 넣은 장에 먹어야 회 맛을 살려준다. 삼겹살을 기름장에 찍어 먹는 사람 없다. 헌데 회 만큼은 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눈에 보이는 대로 아무거나 찍어먹는 사람이 많은 게 우리 회 문화의 현주소이다.
자 민어에는 어떤 장이 어울릴까? 민어의 살점엔 간장이 어울렸다. 혹시나 해서 초장에도 먹어 봤는데 맛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회의 맛이라기보다 초장의 맛이 강하다. 초장 맛에 먹는다면 굳이 민어를 먹으러 목포까지 내려갈 하등의 이유가 없다. 동네에서 광어회를 먹고 말지. 회를 먹는다면 당연히 회의 맛을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
간장에 찍는다면 당장 맛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씹을수록 민어의 단맛과 풍미가 살아난다. 부드럽게 녹는 맛에 감도는 고소함. 자극적이거나 진하지 않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는 맛이기도 하다. 회가 좋고 즐기는 이유는 다 같진 않을 것이다. 맛객은 먹으면 당장 표 나는 음식과 달리 미묘한 맛의 차이와 풍미를 느끼기 위해서 먹는다. 음미하면서 명상하듯 먹는 순간이 좋기 때문에 회를 먹는다. 껍질째 나오는 뱃살은 지방이 꼈기 때문에 막장이 어울렸다.
민어회는 한 접시에 4만원이다. 가치를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비쌀 수도 쌀 수도 있는 가격이다. 그리 넓지 않은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 걸 보면 양이 적어 보여 비싸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펼쳐진 회가 아닌 쌓아놓은 회기에 먹다보면 생각처럼 적은 양은 아니다. 선어회를 어느 정도 먹은 후에 서비스로 부레를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