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너는 내 운명

과일 파는 여류 시인 ‘과일 이모’의 과일 사랑 이야기

등록 2007.07.07 10:20수정 2007.07.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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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서민으로서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게 트럭으로 과일 행상을 하는 거더라고요.”


그녀를 만나면 어디에도 시인이라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수수하기에 동네 과일 가게 이모가 딱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녀를 만나면 어디에도 시인이라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수수하기에 동네 과일 가게 이모가 딱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송상호
이것은 ‘과일 이모(김명희 시인)’가 7년 전 과일 트럭 행상을 시작한 진솔한 동기다. 그렇게 시작된 과일 행상은 안성은 기본이고, 천안, 평택, 성환, 용인 등 주변 도시를 누비고 다녔던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그녀의 표현대로 ‘과일 행상’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운명과도 같은 일이다. 그 일이 그녀에게 ‘과일 이모’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과일 이모’란 별명은 이렇게 탄생했다

행상 초창기에 골목골목 다니다가 하루는 보육원 앞을 지나가게 되었고, 거기서 한 아이를 만나게 된 것. 그 다음에 그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을 지나가다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보육원까지 태워주고 과일도 조금 손에 쥐어준 것이 인연의 서막을 올린 것이다.

그 후로 그 보육원으로 팔다 남은 과일을 들고 가면 그 아이를 비롯해 주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반겨주었기에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는 게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아이가 중 3이 되도록 말이다. 눈치 챘겠지만 바로 그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이 ‘과일 이모’다. 뉘라서 그런 별명을 얻을 수 있으랴. ‘과일 이모’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렷다.

'과일 이모'가 파는 과이들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
'과일 이모'가 파는 과이들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송상호
‘과일 이모’의 나눔 미덕

‘과일 이모’의 나눔 미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용인에서 과일 행상을 하다 만난 외로운 노인 부부(자식들이 외면하는)를 지금까지도 과일을 싸들고 가서 봉양한다니 역시 ‘과일 이모’답다. 2년 전부터 현재의 가게( 안성 인지동 로터리)를 운영하면서도 용인 등에서 ‘과일 이모’의 과일을 대량으로 주문해 가는 이들도 있다.


“용인에 과일 가게가 없겠냐마는 그래도 그때 맺은 정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과일을 주문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사람과 한 번 인연을 맺으면 그 끈을 좀처럼 놓지 않는 그녀의 성품 덕분에 지금의 과일 가게엔 단골이 많다. 과일이란 게 남녀노소가 다들 좋아하니 과일 가게 손님도 다양한 연령, 직업, 성별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손님들이 과일을 사갈 때가 집안의 애경사나 대소사일 때가 많은 만큼 손님들의 삶의 애환을 자연스레 접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과일 장사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로 다가간다. 특히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과일 가게를 찾게 되면 그녀는 그들과의 교감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못난이 과일’, ‘부서진 과일’ 등을 그저 쥐어 주는 센스를 꼭 발휘하곤 한다. 이렇게 사람공부, 인생공부를 하게 되는 그녀가 ‘과일 장사는 하늘이 나에게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보기만 봐도 군침이 도는 천도 복숭아는 과일 이모의 따스한 정을 많이 닮았다.
보기만 봐도 군침이 도는 천도 복숭아는 과일 이모의 따스한 정을 많이 닮았다.송상호
‘과일 이모’가 ‘과일 시인’이 되다

그런 과일을 통한 사람들과의 교감이 밑바탕이 되어 그녀로 하여금 ‘신춘문예’에 당선되게 하여 어엿한 시인으로 등단하게 한 것이다. 지금도 모 일간지에 시를 발표하며 왕성한 시작을 해나가고 있으니 어찌 ‘과일’을 만난 것이 운명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과일 장사는 ‘과일 이모’에서 ‘과일 시인’으로까지 자신을 발휘하게 하는 그런 행복한 운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책상에서 문학하고 시를 쓰는 것보다 현장에서 시의 소재를 길어 올리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과일 장사는 저에게 있어서 삶이요 시작품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고백하는 ‘과일 이모’를 만나고 있으면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서먹서먹 해져가는 ‘정’이라는 단어가 새로워진다. ‘과일 이모’같은 이가 있어 결코 그 단어가 빛을 잃지 않는 것이리라. 지금도 그녀는 안성 인지동 로터리 한 쪽에서 ‘정’을 팔고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노오란 참외가 한 인물 한다.
노오란 참외가 한 인물 한다.송상호

덧붙이는 글 | * 이 인터뷰는 지난 6일 '과일 이모'의 가게에서 이루어졌습니다. 
* ‘과일 이모’ 김명희 시인의 시는 ’차령문학회(다음 카페)’에서 만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6일 '과일 이모'의 가게에서 이루어졌습니다. 
* ‘과일 이모’ 김명희 시인의 시는 ’차령문학회(다음 카페)’에서 만날 수 있다.
#김명희 시인 #과일 #행상 #운명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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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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