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거둔 못 생긴 것들은 돈주고 살 수 없는 것들입니다.김민수
무언가를 심고 뿌리는 일도 즐겁고 행복한 과정이지만 농사일 중에서 백미를 꼽으라면 추수하는 순간의 기쁨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심고 뿌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거두는 일에만 관심이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하지만, 추수하는 일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그 추수한 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먹을거리가 되고,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의미는 더 각별해지는 것이지요. 물론 혼자 농사지은 것은 아니지만 물골과 옥상텃밭을 오가며 심고 뿌렸던 것들이 하나둘 우리집 식탁을 풍성하게 채워가는 계절입니다.
호박·방울토마토·그냥 토마토·부추·파·풋고추·오이·상추까지
그들은 못 생겼습니다. 못 생겨서 상품으로 내어놓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돈도 안 됩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그냥 시장에서 예쁜 것 사다먹는 것이 훨씬 저렴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겁나게 맛납니다. 한 번 그 맛에 길들여지면 조금 힘들어도 못 생겼어도, 돈이 더 들어도 "나는 못 생긴 니들이 제일 좋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텃밭에서 거둔 못생긴 것들을 한 곳에 모아보았습니다. 호박, 방울토마토와 그냥 토마토, 부추, 파, 풋고추, 오이와 상추까지 대략 대여섯가지 종류의 채소들입니다. 호박을 제외하고는 거의 그냥 날로 먹어도 좋을 것들입니다.
막된장을 푹 찍어서 한쌈 먹으면 식사 후의 깔끔한 느낌, 게다가 후식으로 토마토까지 곁들이면 세상에 이렇게 행복한 식탁은 어디에도 없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먹을 것 갖고 장난치면 안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