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 디거> 겉표지황금가지
<그레이브 디거>의 재미는 아가미의 도주에서 시작한다. 경찰들과 정체 모를 세력을 피해 아가미는 모든 것을 동원해 도주극을 벌인다. 무엇을 위한 도주인가? 단지 살기 위해서? 그렇다면 <그레이브 디거>는 꽤 지루한 책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레이브 디거>는 감동적이다. 아가미의 도주가 시한부 인생을 구하기 위해, 즉 체포당하지 않고 병원으로 가기 위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아가미는 응원을 받게 된다. 그가 잡히면, 살아날 수도 있을 누군가가 죽는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강조되기 때문이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영리한 방법으로 주인공과 독자들을 연결시켜 준 셈이다.
물론 <그레이브 디거>의 재미는 도주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13계단>에서 보여줬던 교묘한 트릭과 반전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트릭은 연쇄살인에서 비롯된다. '그레이브 디거'라는 용어는 중세 종교재판과 관련이 있다. 피해자들이 살해당하는 방법도 그것과 관련이 있다. 심상치 않은 연쇄살인범의 등장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건이 아가미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그것을 추측해보는 것은 꽤 재밌는 일이다. 물론 그 끝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허를 찔리는 일이 생길 테지만, 그것 또한 추리소설의 재미이니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13계단>에서 보여줬던 재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다 끈질긴 '도주'가 주를 이루는지라 소설이 역동적으로 흘러간다. 더군다나 악당을 응원하게 만드는 상황까지 만들었으니, <그레이브 디거>는 <13계단>에 이어 다카노 가즈아키의 입지를 굳히는데 한몫 할 것으로 보인다.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추리소설을 보여주니 당연한 것이리라.
그레이브 디거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황금가지,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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