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자단 사무실 게시판에는 기자와 독자들이 '제호'에 대해 응모한 포스트잇이 수없이 붙어 있다.오승주
지방의 한 예비 독자는 신매체의 제호가 결정되면 간판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신다. 창간호 광고 예약도 들어왔다. 법무사는, 법인 설립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개통 만 하루 만에 회원 가입자가 1600명을 돌파한,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 사이트(www.sisaj.com)는 누군가 공짜로 구축해준 것이다. 공짜로 지은 근사한 그 집에 예비 독자들이 북적이고, 개미처럼 부지런히 돈을 물어다준다.
이게 얼이 나가 있는 기자들에게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이다. 지금 목동 사무실에는 자원 봉사자들이 전화통을 붙들고 있다. 어제 부랴부랴 전화 두 대를 더 개설해 이제 시사기자단의 전화는 세 통이다.
보고를 하고 있는 지금, 또 낭보가 들려온다. 금창태 사장은 몇 달 전 <시사저널> 애독자로 구성된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운영자 6명을 형사 고소했었다.
시사모 운영진이 벌인 '진품 시사저널 예약운동'에 대해 금창태 사장은 모욕, 업무방해, 그리고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았다. 검찰은 세 가지 혐의 사항에 대해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사건번호 2007년 제25986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노상길).
오늘 7월 5일 시사모 운영진 6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강민아씨는 우편으로 이와같은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알려왔다. 후우. 시사저널 기자들은 이제 마음의 큰 짐을 덜었다.
계속되는 낭보들, 금창태 사장이 짠하다
금 사장은 <시사저널> 기자와 외부 취재진, <시사저널>의 독자들까지 총 23명을 고소 고발했다. 칼럼 '사장님, 그래도 됩니까'를 썼던 <한겨레21> 고경태 편집장처럼 민 형사 겹치기로 고소당한 사람도 있으니, 기사 삭제와 관련해 금 사장이 제기한 고소 고발 건수는 더 많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시사저널> 기자들에게 가장 아픈 것은 독자들까지 피소당한 일이었다. 사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역성을 들었다가 호되게 치도곤을 치르는 그들을 보며 여간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다.
생업에 바쁜 그들 가운데는 지방에서 KTX를 집어타고 올라와 검찰 조사를 받은 이도 있다. 그런데 기소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5월30일 고경태 외 2인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소송 1심 패소, 6월27일 고경태 외 4인에 대한 민사소송 1심 패소에 이어 이번에는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이제 우리와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지만, 이쯤되면 금 사장도 짠하다.
지난 7월3일 '우리 시대, 기자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시사저널> 사태를 다시 다룬 < PD수첩 >은 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도무지 승자가 없는 싸움이다. <시사저널>은 껍데기만 남았고, 기자들은 매체로 돌아가지 못했고, 또 원인 제공자격인 삼성은 체면을 구겼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비극을, 비극으로 끝내지 말라고 낯모르는 수천명의 후원자들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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