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주 일라이(Ely)시 인근에 세워진 스파 광고판. 오지 중의 오지인 이곳까지 아시안 마사지 영업이 침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김창엽
시애틀에서 주로 고속도로를 이용해 솔트레이크를 거쳐 네바다의 일라이(Ely)라는 왕 시골 마을을 지나칠 때였습니다. 시애틀에서 샤워를 한 뒤 열흘 가량 지났던 시점 같은데요, 시골 들판에 나 보란듯이 서 있는 스파 광고판에 아니나 다를까 '아시안 마사지'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고 들어 있더군요. 나신의 아시안 여성을 연상시키기 충분한 윤곽의 실루엣 그림과 함께요.
살짝 기가 막혔습니다. 일라이라는 이 마을은 그레이트 베이신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가장 큰 사막의 한복판에 있는 외딴 소도시입니다. 가까운 유타주의 솔트레이크까지도 차로 4시간가량 걸리는 아주 외진 곳이지요. 이런 데까지 아시안 마사지를 앞세운 스파 업소가 침투하고 있구나 생각하니 당연히 화도 났고요.
짐작하시겠지만, 아시안 마사지라는 것은 미국에서는 반쯤은 매춘과 동의어입니다. 맨살에 하는 효과 높은 아시아 방식의 마사지가 본래 의미는 실종된 채, 음란의 뉘앙스를 띄고 통용되고 있는 겁니다.
백인 중에서도 앵글로 색슨 중심인 미국 사회에서, 스패니시(Spanish)라는 단어는 드물게 이류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어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아시안이란 말은 사전에서는 가치중립적인 단어이지만, 미국의 일탈된 성문화 등으로 인해서 스패니시 수준을 넘어 삼류라는 의미를 내포해 가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어느 사회 할 것 없이 성과 관련된 단어들은 다른 단어에 비해 이미지 전파력이 강한 경향이 있지요. 이런 단어는 설령 한두 단어에 불과할지라도 보통 단어들보다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파고듭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 가운데, 나라 밖 사정에 유독 어두운 국민들이 많기로 유명한 미국 같은 사회에서는 특히 이런 단어의 악영향이 너무 큽니다.
더구나 이 일라이의 스파 광고는 간판 아래쪽에 쓰인 '트럭 파킹(Truck Parking)'이라는 문구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중간 이하 소득층 고객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됩니다. 미국 국민 중에서도 중간 이하 소득층의 경우, 제한된 해외 경험과 정보 접근 때문에 다른 문화권에 대한 균형잡힌 인식이 부족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길거리에서 자면서 2006년 8월부터 네 계절 동안 북미지역을 쏘다닌 얘기의 한 자락입니다. 아메리카 노숙 기행 본문은 미주중앙일보 인터넷(www.koreadaily.com), 김창엽 기자 스페셜 연재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의 블로그(http://blog.daum.net/mobilehomeless)에도 위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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