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군의지 없는 '임무종결계획서'는 기만

등록 2007.07.03 20:02수정 2007.07.0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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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노무현 정부가 자이툰부대 철군계획서, 아니 '임무종결계획서'라는 것을 내놓았다. 그런데 약속한 바와 달리 제출된 철군안에는 철군 시점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철군시한 없는 철군계획서'라는 앞뒤 안 맞는 제목이 붙은 문서가 등장한 셈이다.

정부는 "임무종결을 하고 싶어도 명확하게 관련 상황이 분석되지 않기 때문에 시기만 늦춘 것"이라며 자이툰부대 임무종결 여부에 대한 국회보고를 9월 임시국회로 미룬다고 밝혔다. 참으로 가당치도 않은 소리지만 한편으로는 그 동안 정부가 보인 행태를 볼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정부가 제 입으로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한편으로는 언론플레이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은 더 가관이다. 철군계획서 아닌 철군계획서가 국회에 제출된 6월 28일 청와대는 "아직 정해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자이툰부대 파병을 2007년 중 마무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그대로 있다"고 밝혀 국민들을 아리송하게 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9월에 가서 만약 연말에 철수를 완료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 때 이유를 충분히 설명드려야 할 것"이라며 파병 연장 가능성을 그대로 남겨 둔 점에 주목하자. 지난 6월 2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 기자회견에서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자이툰부대 주둔기한과 관련하여 "한국은 미국의 바람을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사실도 꺼림칙하기 그지없다.

상황은 명백하다. 철군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마치 청와대와 국방부가 대립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 특유의 언론플레이에 지나지 않는다.(마지막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큰소리를 치면서도 실은 이미 미국과 협상을 진행중이었던 한미 FTA의 데자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노무현 정부는 4월부터 언론에 파병 연장에 관한 기사를 조금씩 흘리며 국민의 눈치를 보았다. (관련 기사: "이라크 파병 또 연장 검토", 4/10, 서울신문, "자이툰 파병 연장 추진…파병의 실익은?", 5/4, KBS 뉴스, "자이툰 파병연장 바랍잡기?", 5/31, 경향신문)

5월 말에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국방부에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보고서의 내용은 자이툰 부대 주둔으로 인해 이라크에서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4년 전부터 파병의 근거로 사용되었으나 여전히 실체가 보이지 않는 이른바 '국익론'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국방연구원은 다름아닌 국방부 산하기관이다. 정부가 이런저런 통로로 기삿거리를 만들면서 마치 국민을 시험하듯 우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전에 정리한 것처럼 노무현 정부는 자이툰 부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에 대해서 철저히 은폐, 축소하고 있다. 지난 5월 오중수 중위 사망 사건 때에도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언론에 자살 사건으로 추정된다고 서둘러 발표하였다. 국방부에서는 조사 결과 자살로 결론지었으나 사건에 대한 의문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오중위의 가족은 군당국의 수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자이툰 부대를 표적으로 한 공격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이러한 사실은 적게는 1개월, 길게는 5개월 이후에야 국민에게 알려졌다.


3주 간격을 두고 파병에 대한 기사를 흘리면서 국민의 눈치를 보고, 자이툰 부대의 사건사고를 은폐, 축소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의도는 명약관화하다. 한미 FTA를 체결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을 기만하든 강하게 밀어붙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라크 파병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아니, 이라크 파병 철회는커녕 레바논에도 전투병 파병을 추진하고 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라는 말이 있던가,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며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은 그 어느 정권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친미적인 모습으로 미국의 모든 요구를 수용해 왔다. 국익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파병에 매달리며 끝내 민중을 배반하는 노무현 정부에게 파병 철회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보여줄 때이다.

덧붙이는 글 |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puaam)에 올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puaam)에 올렸습니다.
#자이툰 #이라크 #파병 #파병 연장 #철군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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