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가져갈 파를 뽑으시는 어머니김민수
쉬는 날이면 물골에 데려다 달라, 서울로 데려와라 부탁하시기가 미안한 어머니의 심정을 잘 압니다. 정작 제가 속상한 이유는 즐기시면서 살아가실 인생인데 힘에 부칠 정도로 일을 하신다는 것입니다. 어느새 꼿꼿하던 허리도 구부정해진 어머님, 농사일을 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는데 오로지 그 '일'밖에 모르는 어머님의 삶에 대한 애환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직접 농사지어 먹는 무공해채소도 맛이 서걱서걱합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을 먹고 가자며 제 주머니에 뭔가를 집어넣으십니다. 뭔가 봤더니 꼬깃꼬깃한 5만원입니다.
"뭐, 이런 걸 주세요. 제가 사면 되는데."
"야야, 기름값만 해도 많이 들었을텐데 넣어둬라. 물골할머니하고 할아버지가 도와주셔서 조금 드리고 남은 거다."
"그런데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 거예요? 옥상것만 해도 충분하잖아요?"
"땅을 어떻게 놀리냐? 그건 죄다. 땅을 놀리는 것은 죄짓는 거야."
"그럼 그냥 물골에 오셔서 드실 만큼만 하세요. 너무 많아요."
"에이그, 이거 팔 수 있으면 좋겠네. 누가 이런 채소를 먹겠냐? 유기농채소 가게에 가도 이런 물건은 없을 걸? 그나저나 장맛비에 비지하고 한약 찌꺼기 잘 말렸냐?"
"예, 고슬고슬 잘 말려서 비닐에 넣어두었어요."
옥상텃밭이나 물골에는 농약이나 비료를 주지 않는 대신 집 근처의 두부전문 음식점에서 나온 비지와 한약방에서 나오는 한약찌꺼기, 방앗간에서 나오는 깻묵,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를 발효시키고, 말려서 사용합니다. 썩지 않는 것 빼놓고는 모두 밭으로 가는 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