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불화, 모르고 샀다면 안돌려줘도 돼"

서울서부지법, 선암사 불화 반환 소송 패소판결

등록 2007.07.02 16:00수정 2007.07.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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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도난당한 불화(佛畵)라 할지라도 고미술상에서 도난품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돈을 주고 샀다면 원소유자는 이를 돌려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불화도 민법상 선의취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결이어 주목된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김재협 부장판사)는 6월22일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가 도난당한 불화를 돌려달라며 윤아무개(56)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동산인도청구소송에서 "윤씨가 원고 소유라거나 도품이라는 점을 알지 못한 채 매수해 선의취득하였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윤씨는 1981년경 미술을 전공한 친구의 권유로 서울 청계천의 골동품가게에서 1700년경에 그려진 불화인 팔상도 2폭를 약 1000만원에 구매했으나, 이 불화는 원고가 소유하고 있다가 3년전인 1978년 도난당한 팔상도 8폭 중 2폭이었다.

윤씨는 이 불화들을 집에서 보관해 오다가 2006년 2월 '서울옥션 100회기념경매'에 출품하기 위해 감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옥션 관계자를 통해 이 불화들이 도난당한 불화라는 사실을 알게 된 원고는 경찰에 수사의뢰한 데 이어 윤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윤씨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처분을 받았으나, 불화 2점은 압수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윤씨가 1981년경 청계천 골동품 가게에서 거래행위를 통하여 적법하게 팔상도를 매수하여 2006년경까지 점유하여 왔다"며 "소유의 의사로 평온 · 공연하게 팔상도를 양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 이어 "윤씨가 매수한지 약 18년이 지난 1999년경에야 비로소 팔상도의 사진과 함께 도품으로 소개된 책이 발간되기에 이른 점 등에 비추어 윤씨는 이 팔상도가 원고의 소유라거나 도품이라는 점을 알지못한채 매수하였다 할 것"이라며 "매수에 있어 무슨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어 팔상도를 선의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모든 고미술품 거래에 있어서 문화재청이나 화랑에 문의해야만 하는 일반적인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혀 "윤씨에게 팔상도가 도품인지 여부를 공식기관에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 전문 인터넷신문 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 전문 인터넷신문 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에도 실렸습니다.
#선의취득 #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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