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황화수소 급성중독 사건이 있었던 폐수처리장 수조. 불과 2m 아래 수조에 내려갔다가 세 사람이 의식을 잃었다.강태선
같은 해 폐수처리장 슬러지 제거 작업 중 발생한 황화수소 급성중독 재해를 조사한 적도 있다. 수조에 있던 슬러지를 뽑아 올리고 마무리를 위해 불과 상부가 개방된, 2m 아래의 수조 바닥에 내려갔다가 차례로 세 사람이 쓰러진 재해였다. 역시 공기는 매우 잘 통하는 곳이었고 산소 부족의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수조 내에 일시적으로 황화수소가 고농도로 조성되었던 것인데, 마무리 작업을 위해 잠시 내려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지난 6월 27일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에서 분쇄기에 끼인 비닐을 제거하러 잠깐 내려갔다가 생긴 재해는 분쇄기 인근에 조성된 고농도의 황화수소에 중독된 것으로 판단된다.
밀폐 공간 작업시, 촛불 산소 측정 위험
아직도 질식 재해가 곧 산소결핍이라고 잘못 알고 산소만 측정한다거나, 심지어 산소측정기 대용으로 촛불을 들고 의심스런 공간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산소는 물론 황화수소 등과 같은 고독성 하수구 가스도 반드시 측정해야 하며 메탄이나 황화수소 가스가 고농도인 공간에 촛불을 들고 들어가는 것은 폭약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다.
물론 산소결핍이 병행된 재해도 많다. 하수관이나 탱크와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는 호기성 세균이 산소를 소모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산소가 부족해지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간 가운데 이차적으로 메탄생성균과 황환원박테리아 등 혐기성 세균이 번성하면서 메탄, 황화수소 가스를 발생시킨다. 이렇게 되면 그 공간에는 산소부족과 고농도의 급성중독 가스가 병존하는 꼴이 된다. 여기에 그냥 들어가면 결과는 더욱 심각해진다.
하수구 가스에는 부패 과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가스 외에 무단 방류한 폐수나 혹은 누출된 기름에 오염되어 발생하는 가스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인천 남동공단 하수관에서의 재해는 시안화수소에 의한 급성중독으로 밝혀졌는데 시안화수소는 황화수소와 거의 그 독성기전이 비슷한 물질이다. 시안(CN)은 도금공정에 사용되는 것으로 폐수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물에 섞여 방류될 경우 이러한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원인을 알았으니 '밀폐공간작업으로 인한 건강장해의 예방(17~ 45조)'을 검색해 볼 차례이다. 규칙의 요지는 이미 지난 4월 1일자 기사에 나와 있으니 참조할 만하다.
모든 산업재해 소식이 안타깝지만 질식 재해는 더욱 그렇다.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재해이기 때문이다. 더는 한국판 '레미제라블(불쌍한 사람들)'이 양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강태선 기자는 노동부 산업안전근로감독관으로 일하고 있으며 본 기사는 노동안전보건교육센터 <일과 건강>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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