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난 아치형 창과 출입문들.안병기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 겉에서 구조를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건물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건물의 각 칸에는 1~2개의 긴 아치형 창과 출입문을 냈다. 그런데 남쪽으로 달아낸 부분은 무엇에 쓰는 공간일까?
이 건축의 설계자는 1945~89년까지 청주교구에서 수사로 활동했던 렉 수사로 알려져 있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던 그가 당시 주임신부였던 변 로이 신부의 의뢰로 이 건물을 설계했다는 것이 이 천주교회의 나이 든 신도들의 증언이라 한다.
이 건축은 현재 충북지역에 현재 남아 있는 1940년대에 지어진 천주교 성당 건축물 중 유일한 건물이라고 한다. 해방 이후 지방 성당 건축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건축물로서 가치가 인정되어 이 건물은 현재 등록문화재 7호로 등록돼 있다.
등록문화재란 근·현대시기에 조성된 건조물 또는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들 중에서 보존과 활용을 위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근현대의 문화유산은 조성된 연륜이 짧은 것들이기 때문에 그 문화재적 가치를 자각하지 못한 채 함부로 멸실 훼손의 위험이 그만큼 크다 할 수 있다.
아무리 가까운 근현대일지라도
흔히 근현대는 역사가 아닌 것처럼 오해하거나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삼국시대나 조선시대같이 먼 과거만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의심할 바 없이 우리가 생활하고 호흡하고 있는 현재 역시 역사에 속한다. 역사는 정지된 한 시기가 아니라 영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근대는 전통과 현대의 중간 교량 역할을 하는 시기이다. 근현대는 이전의 어떤 시기보다 훨씬 빠르고 다양한 형식으로 변화가 이뤄진 격동의 시기다.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그만큼 보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근대문화유산에 대해 정당한 가치를 매기고 그 문화유산들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의 책무이다. 아무리 가까운 근현대일지라도 그것 역시 역사이다. 그 역사가 남긴 문화재를 잘 지킴으로써 문화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일은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다.
건물의 내부까지 속속들이 들여다 보지 못하고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식으로 구경을 끝낸 다음 언덕을 내려가면서 생각한다. 저 소박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에 들어앉아 자신이 신앙하는 절대자에게 예배를 드리는 사람의 마음을. 한갓 건축이 어찌 인간의 마음을 다 규정할 수 있으랴마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건물이 가진 소박하지만 은은한 멋에 자신도 모르게 감염된 그들의 마음 또한 그렇게 소박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큰 것을 채우기는 어렵지만 작은 것을 채우기는 쉽다. 큰 욕심은 채우기 어렵지만 작은 욕심은 채우기 훨씬 쉽다. 작은 예배당에 앉아 작고 아름다운 세상을 희구하는 낮은 목소리로 올리는 옥천천주교회 사람들의 기도가 아주 멀리까지 퍼져 나가 꼭 이루어지기를 빈다. 이것이 오늘 아무도 모르게 왔다가는 한 국외자가 이 작은 교회 사람들에게 보내는 하나의 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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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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