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아서 길을 만들었지만 아직도 비포장입니다. 비 오면 군데군데 물 웅덩이가 생기는 흙길이지만 이 길도 나름대론 운치 있는 길입니다.이승숙
작년에 자갈을 또 두 차 부었다. 군데군데 움푹 파인 곳을 메우기 위해 자갈을 부었는데 그때 한씨네 아줌마가 그러는 거였다.
"영준아, 이제부터는 길 공사할 때 송씨네한테도 돈 받자. 그 집은 차 없지만 그래도 길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줘야 해. 같이 이용하는 길인데 책임감을 가져야지."
말은 이리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돈을 받느냐 그러면서 그냥 넘어가 버렸다. 나중에 누가 또 이사 들어오면 그때는 그 집에도 돈 받자 그러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걸 말없이 보여준다. 연령대도 다르고 살아온 이력도 다르고 삶에 대한 가치관도 다 다른 우리 세 집이지만 길 문제에서만은 항상 하나가 된다. 힘을 모아야만 포장을 할 수 있으니 저절로 뜻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
간간이 세 집이 모이게 되면 이야기는 항상 길 문제로 돌아간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별 대책이 없다. 다섯 집만 되면 길을 포장해 준다니 이웃이 더 늘어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길 만들었으니까 좋은 일 한 거지?
옆집 송씨네 아줌마는 예전에 길 없을 땐 겨울에 보일러 기름 넣을 때마다 고역이었는데 우리 덕분에 길이 생겨서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고 그랬다. 도시에 사는 자녀들이 한번씩 다니러 올 때도 집 앞에까지 차로 들어올 수 있게 되어서 좋다고 그랬다.
그랬으면 되는 거다. 돈은 좀 들었지만 길 없는 곳에 차가 드나들 수 있는 길을 만들었으니 우리는 분명 복 받을 거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가끔 서로 자화자찬한다.
"길을 만들어서 여러 사람 좋게 했으니 우리 분명 복 받을 거야. 동네 사람들이 교회 갈 때도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됐으니까 우린 잘한 거야."
아침이 되려면 아직도 한참 더 있어야 하는 이른 새벽, 어둠을 몰아낼 듯 첫 닭이 운다. 그리고 이어서 우리 집 개들이 짖어댄다. 개 소리에 묻혀서 나직하게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교회에 다니는 동네 분들이 새벽 기도를 가는 소리다.
일 년 열두 달 하루도 빠짐없이 첫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새벽이 열린다. 그리고 새벽 기도를 가는 발걸음 소리를 따라 하루가 시작된다. 우리 집 앞길은 낮에는 우리 길이지만 새벽에는 동네 사람들의 길이 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늘 새벽 기도를 다니는 그분들로 해서 어쩌면 우리 집 앞길은 복된 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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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길 만들었으니까 우리 좋은 일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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