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밖에 간이로 만들어진 주방에서 온 식구가 출동하여 냉면과 녹두부침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이덕은
이런 영업집들은 하나같이 칠팔십년대 모습을 거의 간직하고 있어서 그 시대에 열차집 빈대떡을 먹어 본 사람들이라면 향수가 일어날 만한 조건을 거의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좀 전에 얘기한 대로 이곳이 주머니가 가벼운 소외계층이 그나마 위로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니 잠시 즐기더라도 표시 안 나게, 음식값 올리는데 일조를 하고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IMF를 겪으며 저렴한 가격대 기사식당들을 가끔 보지만 이곳은 그 옛날부터 '실비'의 진수를 보여 주는 집들이 많다. 그러나 개중에는 실비임에도 불구하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맛을 보여 주는 곳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낙원상가와 파고다 공원 돌담이 만나는 곳에 있는 '유진식당'이다.
이집 주방은 아예 비좁은 식당 앞에 간이 천막을 치고 그곳에서 냉면을 뽑고 부침개를 만든다. 온 식구가 동원된 듯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그리고 종업원들 모두 정신없이 뽑고, 지지고, 주문받고, 날르고, (깍두기를) 담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