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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참고 참았던 울화가 치밀어 오늘은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장을 만나 담판을 지었다.
“저, 오늘 부로 이 직장 그만 두겠습니다!”
화들짝 놀란 사장은 당연히 만류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이미 굳어진 나의 철옹성 같은 변심엔 추호의 흔들림도 없었다. 더 이상 이 직장에 다녔다가는 내 풀에 스스로 미쳐버릴 것만 같아 더는 참을 방도조차 없는 때문이었다.
이미 직원들은 다 나갔고 오로지 혼자 남은 나는 가급적이면 이 직장서 더 붙어있고자 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어제의 어떤 낯선 풍경, 그러나 어쩌면 으레 행해지는 일상의 하나인 ‘내가 비정규직이라고 이토록이나 무시당하나?!’ 싶은 반동의 억하심정으로 말미암아 결국 목 아래에까지 차 있던 사직의 결심을 토로한 것이었다.
내가 현재의 직장을 관두기로 작심하게 된 어제의 사단은 이랬다. 현재 내가 사무실로 쓰고 있는 빌딩을 타인에게 다시 세를 주는 것(만기일자가 남았으므로 고육지책으로)까지는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어제 우르르 몰려온 신규 세입자와 그 일원들에게 사장은 우리가 사용했던 사무실의 모든 집기를 겨우 50만원에 다 넘기면서 일전 사직한 선배가 나 쓰라고 주고 간 PC까지 덩달아 가져가라고 한 게 화근이었다. 당연히 나는 강력하게 어필할 수밖에 없었다.
“제 의사는 일언반구 물어보지도 않고 그렇게 마음대로 모든 걸 처분하려 하시면 어떡합니까?”
그러자 사장은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날 깔아뭉갰다.
“내 사무실 집기 내 맘대로 처분하는데 뭔 상관이쇼?”
순간 사장과 나는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생각에 착잡했다. 저렇게 직원의 의사와는 사뭇 다른 정서와 사관을 지니고 있는 이를 사장이라고 모시고 있어야만 하는 나 자신이 너무도 미워 견딜 수 없었다.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순간이 왔다고 절감했다.
오늘 그렇게 사직 의사를 표하곤 선배님이 얻어놓은 사무실로 갔다. 이어 내 개인전화를 신청했고 앞으로 내가 사용할 책상과 걸상도 걸레를 빨아 깨끗이 닦았다. 내일 짐을 옮기고 이제부턴 새로운 환경과 사무실에서 또 다른 비정규직의 길을 갈 참이다.
사직한다고 해서 그간 수고가 많았다며 퇴직금을 주는 것도 아니요 전별금 역시도 무일푼이다. 그런 건 바라지도 않되 다만 밥이라도 한 끼 사 먹여 보내는 아량이나 있다면 감지덕지겠다. 하지만 그 또한 연목구어(緣木求魚)인 것이 바로 내가 처한 비정규직의 비애라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처럼 언제든 내 맘대로 직장을 그만둘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비정규직의 특권이라는 긍지를 지니며 나는 오늘 직장을 관뒀다.
덧붙이는 글 | sbs - u 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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