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종철 열사 20주기를 맞이한 지난 1월 14일 고인이 사망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건물에 고인의 대형 걸개그림이 걸려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시민 자극한 전두환정권의 4.13호헌조치
여기에 전두환 정권은 '호헌조치'를 선언하여 학생과 시민들을 자극하고 있었다. 당초 고문치사를 하고도 이를 은폐하려다가 담당 의사의 양심에 의해 밝혀졌는데도 정권은 국민에게 그리고 유가족에게 사과는커녕 오히려 강공책을 쓰고 있었으니, 그들의 음모가 있었다.
5·18광주학살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세력은 과도기 1년에다 단임 7년을 정하면서 8년의 집권에 만족지않고 5공헌법대로 단임을 끝내고 정권연장을 위한 모종의 계략을 세우고 있었다. 소위 8년을 포함한 20년 집권 시나리오다. 여기에 대한 모델은 버마(미얀마)였다.
1983년 10월 9일 전 대통령 일행은 서남아 대양주 5개국 순방의 첫 방문지인 '버마'를 방문하여 아웅산 묘지를 참배하려는 순간 서석준 부총리를 비롯한 각료와 기타 17명이 묘지 폭발로 숨지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던, 또한 슬픔을 안고 있었다.
17명은 나라의 중요한 직책에 엘리트 지식의 동량들이었다. 그 뒤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후진성 국가인 버마를 찾았는가가 의문이었다. 계속된 의문은 버마의 장기권력의 화신이었던 네윈 장군의 집권현장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이 정도의 사연으로 인식하게 되는 뉘앙스는, 20년 집권의 모델로 설정한 버마 통치권의 견학에 아까운 인재들을 너무도 많이 잃었다는 사실에 분개한 국민들이 많았다. 그러기에 4.13호헌조치는 거슬러 올라가면 아웅산 묘지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모든 것이 잠행하고 오직 순직으로 국민들의 슬픔만을 갖게 하고 또한 안보의식을 고양했으며 묻혀진 일들로 넘어가고 있었다. 5·18로부터 불과 3년 후의 일이었다. 5공 말기의 전 정권은 정권마감이 10개월로 다가옴에 초조한 나머지 '오버'하고 말았다.
초등학생이 봐도 박군의 죽음 후에 내려진 4.13 호헌조치는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20년 집권시나리오 계획을 철회하지 않았다. 내각제를 관철하여 항구적인 정권유지를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터이었다. 그러기에 무리인 줄 알면서도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내각제를 위한 야당 이민우 총재와 중용의 이모 전 총재를 회유하여 미국을 방문하게 하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한국의 실정에 대통령제보다는 내각제가 현실성이 있다면서 은근히 주장하였던 사실이다. 이에 양김은 대통령 책임제와 직선제 개헌을 주장했다.
6월항쟁에 전두환정권 반짝 계엄 고려
그러니까 4.13 호헌조치는 불에 기름을 부은 조치이고 학생과 민중의 강한 저항을 감수하면서 국면저항을 부추기는 고도의 술책이었음을 알 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5.18 광주항쟁 7주년 기념 추도 미사에서 사제단 김승훈 신부님의 '박군 고문치사은폐조작사건' 발표로 박군 고문치사에 대한 분노와 은폐조작에 대한 커진 울분이 폭발되었다.
이로 인해 5공 정권은 부도덕한 정권으로 나락에 빠지고 있었다. 5.26 민심수습을 위한 총리를 포함한 대폭 개각을 단행할 때 필자도 이한기 총리서리를 보좌하느라 함께 했다. 물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의전 책임자로 함께 총리를 보좌했었다. 그런데 5월 27일은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발족되고 6월 9일은 이한열군이 최루 직격탄에 중상을 입었다.
6월 10일은 이미 시작한 6월 항쟁의 시초의 날로 전국적으로 부도덕한 5공 정권에 항의였다. 6월 10일부터 15일까지 명동성당 농성은 일조의 분수령이었다. 대통령이 화를 내고 현장을 찾겠다고 했으나 총리는 대화로 풀 것을 주장하여 4일동안 토론과 토론을 거듭하여 결국 농성을 풀어 총리의 제의가 성공한 것이었다.
그러나 농성 해제 이후 6월 항쟁의 열기는 더욱 불타고 있었다. 6월 18일은 전 대통령이 반짝 계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들의 논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양은냄비 근성이기에 빨리 잊고 빨리 식는다'는 약점을 이용한 술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반 총장과 나는 총리에게 적극 주장하고 있었다. 만약 군이 나온다면 88올림픽은 물 건너가고 경제는 나락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