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 살리민(Pak Salimin) 대장간. 자급자족하는 빈탄 섬의 필수적인 대장간이다.노 시경
빈탄의 투어 중에는 특이한 투어 프로그램인 일명 '대장간 투어'가 있다. 인도네시아 시골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쇠를 달구어 각종 연장을 만들던 인도네시아 철기시대의 대장간을 그대로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인도네시아에도 마을별로 대장간이 있었고, 자급자족하는 빈탄 섬에서 대장간은 필수적인 곳이었다. 여행자들을 위해 최근에 보수를 했다는 대장간 건물은 숲속의 외딴 집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대장간은 빈탄 섬에 유일하게 남은 세쿠닝(Sekuning) 마을의 팩 살리민(Pak Salimin) 대장간이다. 그들은 여행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범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파는 제품의 제작과정을 실연하고 있었다.
이 대장간에서는 낫, 칼, 도끼, 논바닥을 고르는 써레, 고무 절단용 칼 등 지역의 농업 사회에 필요한 모든 기구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이 다양한 기구들은 손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주는 풀무와 철기 단련용 받침인 모루 등의 고유한 기구들을 통해 아직도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빈탄 섬 주변 리아우(Riau) 군도의 주민들도 이 유명한 대장간에서 농기구와 벌채에 쓰이는 칼 등을 구입해 간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이 대장간은 도로변이나 마을 상가 사이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야자수 가득한 숲 속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아무래도 빈탄 섬이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 지역이 아닌 지방의 시골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더운 지역에서 사방이 막힌 작업장은 불 작업을 하는 데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래서 이 작업장은 그늘지고 바람이 불어 전혀 더위를 느낄 수 없도록 사방이 모두 트여 있다.
그 곳의 대장 기술은 여러 세대를 걸쳐서 전해 내려온 가업이라고 한다. 우리가 궁금한 것들은 현지 가이드를 통해 영어 통역으로 전달되었다.
"원래 빈탄 섬이 고향이신가요?"
"원래 조상들은 빈탄 섬 아래의 큰 섬 수마트라(Sumatra)에 살았고 제가 이곳으로 이주했지요. 제 일은 지금 아들과 사위가 도와주면서 함께 하고 있지요."
다행스럽게도 이 집안의 가업은 아들을 통해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현대화된 사회에서 이 가업이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빈탄 섬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빈탄의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관광 아이템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투어의 일행인 프랑스 아저씨는 이 작은 대장간이 매우 흥미로운 모양이다. 그의 집안이 원래는 독일에서 살다가 프랑스로 이민 온 집안인데, 원래 독일의 제철소에서 근무하던 집안이었다고 한다.
이곳의 철 제련 방식은 우리나라 전통의 대장 기술과 거의 같지만, 조금씩 다른 부분도 있다. 빈탄의 대장간에서 쓰이는 철의 원재료는 빈탄에서 사용되던 트럭이나 다른 교통수단에서 버려진 철 부품들을 해체하여 재활용된 것들이다.
팩 살리민(Pak Salimin) 가족의 대장간에는 손풀무와 모루, 그리고 달구어진 철을 담금질할 노(爐)가 배치되어 있었다. 원하는 기구를 만들기 위한 기본 패턴의 모양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팩 살리민은 우리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해서 계속 작업과정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