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을 파는 시장도 한가하고 조용하다이승철
포구일대를 한 번 둘러보자고 했다. 외부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 혹시 그를 직접 만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말이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 음식점들이 즐비한 상가와 어물전들이 늘어서 있는 시장 일대를 모두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를 만날 수는 없었다.
"혹시 OOO씨라고 아세요, 나이는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쯤인데요."
그렇게 몇 사람에게 물어보았지만 역시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사람은 모르고요, 들어오셔서 생선회에 해장이나 한잔 하시죠?"
어느 작은 식당에서는 해장술이나 한잔 들고 가라고 권한다.
옛 친구 찾는 일은 이쯤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이어서 그런지 갯냄새가 더욱 진하게 풍기는 포구를 걸어 옛 협궤선이 깔린 철길로 올라섰다. 철길이 있었던 언덕과 철교 위에도 판자가 덮여 철로는 보이지도 않는다. 대신 그 좁은 언덕 공간에도 빈틈없이 가게들이 자리를 잡고 들어앉았다.
"이제 이곳에 오면 떠올리던 옛 친구도 기억에서 멀어지겠구먼."
"그래, 사람의 삶이라는 게 만나고 헤어지고, 또 그렇게 잊혀져가면서 사는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일행은 아쉬운 듯 뒤돌아서서 포구 쪽을 찬찬히 살펴본다.
철교 좌우에는 안전 울타리가 세워져 있어서 여유롭게 주변을 살피며 걸을 수 있었다. 철교 위에서 바라본 소래포구는 그나마 갯벌과 선착장 부근 일대에 옛 모습이 어렴풋이 남아 있어서 오래된 책갈피에서 발견한 옛날 사진처럼 정겨운 느낌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