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련기사 삭제' 이후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워왔던 시사저널 기자들이 26일 전원 사표를 제출하며 사측과 결별을 선언했다. 1년여동안 끌어왔던 사측과의 줄다리기를 끝내며 서대문 시사저널 본사 앞에 다시 모인 기자들은 "독자 여러분께 시사저널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쓴 "<시사저널> 전사들에게 박수를"이라는 추도사가 인상적이었다. 시베리아로 나온 <시사저널> 기자들과 한나라당을 탈당하던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던 것일까? 고마운 일이다. 이제 우리는 기자에서 전사로 진화한 것일까?
꼬박꼬박 집회에 참석해주고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성명을 내주었던 고진화 의원은 어쩐 일인지 조용하다. 하긴 이해가 간다. 지치기도 지쳤을 것이다. 성명을 하도 많이 내서 이제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서는 더 할 말도 없었을 것이다.
'현대판 분서갱유 사건' 고진화 의원에게 저작권이 있는 이 말을, 나중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상하게 사용했다.
짝퉁저널에 인터뷰한 것 때문에 사과 방문을 했던 원희룡 의원도 잠잠하다. 그때 원 의원은 자신보다 힘센 주자, 즉 이명박 전 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해서 불러오겠다고 했는데, 나는 아직 그 둘을 못 봤다. 그의 공약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기자 출신인 정동영 전 의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제 번잡하게 살지 않기로 한 것인지, 재야 대부 김근태 전 의장에서는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지도 않았는데 기사로만 왔다간 천정배 의원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친노 대선 후보들에게서도 아무 말이 안 왔다.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들은 바쁜 와중에 우리의 죽음을 챙겨주었다. 권영길 의원은, '독립언론의 길에 행운이 깃들기를'라고 노회찬 의원은, '<시사저널> 기자정신 아름답게 부활하라'라며.
대선후보는 아니지만 천영세 의원도 "그들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의원실의 문 앞에 붙여 있는 '짝퉁' <시사저널>에 대한 취재 거부는 계속될 것이다"라는 논평을 내주었다.
침묵하던 청와대의 '시의적절한' 애도 논평
청와대도 입을 열었다. 천호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시사저널> 기자들이 사직서를 냄으로 인해서 이 사건이 이렇게 일단 마무리가 되지는 않겠지만 일단락을 짓게 되는 것 같은데, 권력과 결탁하지 않는, 그리고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의 꿈이 하나 또 접혀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라고 논평했다.
기사 삭제 사건이 벌어진 지 1년이 흐르는 동안 청와대는 조용했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파업한지 6개월이 흐르는 동안 청와대는 잠잠했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사표를 내기로 한 지 6시간도 안 되어 청와대는 애도했다. 너무 빠른 논평 혹은 시의적절한 논평, 성은에 그저 감읍할 따름이다.
'진정한 시사 저널리스트들에게'라는 민주노동당 논평은 가슴 한 구석을 아리게 만들었다. <시사저널> 노조 후원을 위한 일일호프 날 한 구석에서 이지안씨와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던 황선 부대변인은 "후원 주점은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성황이었으나 아주 많은 날 당신들의 곁은 한산했습니다"라고 말했다(그때 함께 술을 마셨던, 심상정 의원 캠프에 간 이지안씨는 뭐하시나?).
'<시사저널> 사태 진상조사특위'까지 꾸리며 호들갑을 떨었던 열린우리당은 '<시사저널> 사태가 끝내 각자의 길로 가게 된데 유감을 표한다'고 건조한 논평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에 나도 논평을 드리겠다. '<시사저널> 사태가 기자들의 전원 사표로 끝나는 동안 진상조사를 하지 않은 열린우리당에 유감을 표한다'라고.
거리에 나앉게 되었는데, 때맞춰 장마가 시작되었다. 장마가 끝나면 좌판을 펴고 신매체 캠페인에 나설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 의식이 부족하면 염치가 없어진다. 말로써 위로하지 말고 밥좀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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