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사가 사라진 후에도 오랫동안 문을 지키고 있던 어린 물개.국은정
얼마 전에 갔던 대전동물원에서 동물들의 표정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나름대로 무척 평온해 보이는 모습들이었다. 현실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우리 눈에는 잘 띄지 않는 사육사들의 애정 어린 관심도 동물들에겐 커다란 위안에 되고 있는 게 틀림없을 것이다.
때 마침, 물개 우리 앞에서 참 따뜻한 장면 하나와 마주쳤다. 간식을 주기 위해 나온 사육사는 어린 물개와 다정하게 놀아주었다. 사육사의 물장구에 신이 난 어린 물개는 재롱도 피우며 사육사의 곁을 떠날 줄을 몰랐다. 마치 어머니 옆에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어린 아이 같다.
먹이를 다 주고 사육사가 떠나려고 하자 어린 물개는 '껑껑' 우는 소리를 내며 사육사를 따라 가려고 한다. 젖을 떼려는 어미처럼 냉정하게 돌아서려던 사육사도 이내 문 앞에서 다시 어린 물개와 눈을 마주치고 조그맣게 뭐라고 속삭인다. 이윽고 사육사가 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한동안 어린 물개는 쓸쓸히 문 밖을 지켰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애틋하던지 어린 물개의 기다림이 가련해서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