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정치에도 여성성이 필요하다

한명숙, 과연 통(通)하고 있는가?

등록 2007.06.27 19:43수정 2007.06.2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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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 문화에 부족한 2%

지지자에게 손흔드는 한명숙후보
지지자에게 손흔드는 한명숙후보이래헌


지역주의와 패거리(계파) 정치 그리고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는 완력 등이 우리 정치문화에 있어서 극복해야할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점에 대해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러한 후진적 정치문화를 개혁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대선을 6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전개되는 정치 현실을 짚어보자면 여야를 막론하고 여전이 완력과 패거리정치 그리고 지역감정기대기 등을 정치인들이 생존수단으로 애용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정치는 아직 멀었다."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한다.

차기 대선에서 선두주자군을 형성하고 있는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의 싸움을 보자면 표피에 드러난 현상은 후보로서의 도덕성이다. 이,박 양 진영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개발비리 의혹이나 불법위장전입 문제, 박근혜 후보의 정수장학회 비리 의혹이나 영남대 재단 비리 의혹 등을 무기로 연일 상대를 비방하지만 '도덕성 검증'을 빌미로 두 후보가 상대후보 진영을 맹렬하게 공격하는 데는 '후보경선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패거리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이명박 후보진영이 압도적 우세를 점하고 있던 시절에박후보 측에 의해 자신에 대해 제기된 여러가지 의혹에 대해 '소이부답 '으로 일관하다가 지지율 격차가 오차 범위 이내로 좁혀지면서 박후보에 대한 비방전에 함께 뛰어든 사실만 해도 잘 알수 있다.

반면 '환골탈퇴'와 '대통합'을 추진하는 범여권의 입장은 '패거리정치의 폐해'를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다. 여권통합은 대통합추진세력과 소통합 세력 친노세력 대선 출마를 밝힌 여권의 예비후보 숫자 만큼이나 많은 세력으로 분열되어 있고 통합을 위한 협상도 그 만큼 복잡하다. 그들은 "한나라당에게 만큼은 권력을 넘겨줄 수 없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지만 여권 인사들의 주장은 어딘지 공허하다. 그것은 '통합'을 외치면서 '분열의 길'을 걸어 왔고, '화합'을 말하면서 '반목'의 길을 걸어온 여권의 행적을 되 짚어 봄으로서 알 수 있다.

이른바 친노나 비노, 소통합이나 대통합, 밀알론이나 쭉정이론 등을 주장하는 세력 모두가 명분은 민주개혁 세력의 정체성 확립이나 민주세력의 재건을 이야기 하지만 주장의 내면에는 '자신이 속한 패거리(계파)가 상대에게 밀려서는 안된다.'는 집단이기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세 후보가 전국투어토론을 벌이는 민노당은 토론과정에서 민노당이 주요 지지층인 노조(민노총)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민노당 후보들이 주장하는 '수권정당의 길'은 그들의 집권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기 보단 사실상 민노당 지지세력의 결집을 공고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짐작케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 제도권에 적을 둔 정치 세력 모두가 입으로는 가장 선진스런 정치를 외쳐 왔으면서도 왜 막상 행동은 구태를 답습해 온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소통과 설득, 통합은 우리 정치인이 가져야할 가장 시급한 덕목

우리 정치문화가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소통과 설득의 사전적 의미를 모르는 사람 특히 정치인은 별로 없겠지만 소통과 설득을 몸소 실천하는 정치인이 거의 없는 것으로 미루어 이 두 단어는 우리 정치가 선진정치로 가기 위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성찰해야 할 화두(話頭) 임이 분명하다.


소통은 그야말로 서로 통(通)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말이 통하고 뜻이 통하는 것이다. 올바른 소통은 녹음기 처럼 내 주장을 반복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성공적인 소통의 기술을 이야기 할때 흔히 사람의 신체구조를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 이는 매우 그럴 듯 하다. 사람의 입이 하나 이고, 귀가 둘인 것은 '말을 많이하기 보다는 듣기를 중시하라.'는 신의 배려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말(言)의 고삐가 풀려버린 사회이다 보니 수 많은 주장들이 홍수를 이루지만 이 말들의 실상은 대화가 아닌 난무하는 주장에 불과 할 뿐이다. 이러한 주장들이 난무하는 한 세상은 더욱 혼탁하고 어지러워 질 수 밖에 없다.

설득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우리는 착각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설득(說得)의 사전적 의미는 '말로서 자신의 의지에 상대를 따르게 하는 일' 정도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설득의 리더십이란 것도 만드시 '상대를 내 뜻대로 움직여야만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올바른 설득의 리더십이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 상대의 올바른 주장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어야만 도달할수 있는 경지이다. 적어도 남을 설득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내가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한 부분을 남이 지적해 주었을 때 내가 설득당할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명숙 후보 출마기자회견 참관기

완력과 패거리 정치로 대변되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작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강금실씨가 '우리 정치에 여성성이 가미되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여러 모로 공감한다. 강금실씨가 여성 정치인의 강점과 덕목으로 지적한 것이 바로 '소통'과 '설득'인데, 나는 이러한 강금실의 통찰은 우리 정치의 현실을 가장 예리하게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이제 우리 정치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성스런 정치인들이 각광을 받아야 할 때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기자가 지난 18일 한명숙 전 총리의 대선후보출마기자회견장을 찾은 이유도 이 때문 이었다. 한 전총리가 대선 출마의 모토로 들고 나온 화두가 '소통과 화합'이었으니 내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반가운 일 이었다.

한명숙후보의 가족
한명숙후보의 가족이래헌

한명숙과 지지자들 회견이 끝나고 지지자의 춤판에 한전총리가 뛰어들었다.
한명숙과 지지자들회견이 끝나고 지지자의 춤판에 한전총리가 뛰어들었다.이래헌


회견장은 기자들과 정치인 그리고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한전총리와 악수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손은 부드럽고 힘이 있어 잡고 있는 손을 통해 그의 '소통과 화합'의 의지가 내게 전달되는 듯이 느껴졌다. 회견장에 가족(남편과 아들)이 나란히 자리를 함께한 것도 보기 좋았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남편의 외조는 남녀 차별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소통의 일환이며, 젊은 청년은 세대의 벽을 허무는 소통을 상징하는 듯 했다.

손에 쥐어진 유인물 약력에 기재된 여성부장관과 환경부장관 등 두번의 장관직과 총리직에 대한 경력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닌진데 굳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그 만큼 그가 공직에 자리했을 때 맡은 바 소임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내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너무 조용한 일처리가 꽤 능력있는 한명숙을 국민에게 알리지 못하는 핸디캡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가 총리에 지명되었을 때 있었던 인사청문회가 총리로서의 그의 자격을 검증하기 위한 자리였다기 보다는 오히려 너무 조용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와 미쳐 보여지지 못했던 한명숙의 진가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그가 회견을 통해 밝힌 출마의 변을 여기서 반복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회견장에서 기자의 눈에 비쳐진 한명숙 전총리의 모습은 소통을 몸소 실천하려는 정치인으로 보여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손학규 전 총리의 범여권 합류 문제나 날선 검처럼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이해찬 전총리와의 차별화 등에서도 그가 이번 대선에서 通함을 주장하는 정치인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정치적 도전이 세력과 조직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통할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 만큼 우리 정치판이 철저하게 패거리 위주로 파당을 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명숙 전총리의 대선 출마기자회견 참관기를 내쓰지 않으려 내심 생각해왔던 기자가 뒤 늦게 지각 참관기를 쓰게 된 이유는 그 만큼 우리 정치에 여성성을 가미하는 것이 절실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명숙은 과연 통할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한겨레,다음,터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한겨레,다음,터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명숙 #여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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