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의 불을 끄고 노래를 부르면서 디저트인 아이스크림 케익을 들고 나오는 식당 종사원들제정길
랍스터와 와인이 위속에서 서로를 애무하는 동안 나는 내내 행복했고 그리고 고마웠다. 캐나다의 차거운 바다에서 동료들과 즐겁게 노닐다가 졸지에 그물에 걸려, 언 상태로 위티어 항까지 운반되고 그곳에서 프린세스호에 실려, 끝내는 나의 식탁에 현신(現身)하여 그의 몸을 버리고 나의 몸이 되어준 나의 랍스터에게 우선 고마웠다. 그리고 재빠른 칼솜씨를 자랑하는 희랍인 조르바의 친절함이 고마웠고, 무엇보다 나를 이곳으로 초대해준 조카에게 고마웠다. (그러고 보니 무슨 오스카상 수상 소감 같네.)
랍스터로서는 다소 억울한 생각도 들었어리라. 만일 그가 하느님에게 가서, 평생에 죄라곤 지어본 적이 없는 그가, 나쁜 일을 밥 먹듯이 하는 나 같은 인간의 먹이감이 됨은 공평치 못한 처사라고 항의한다 하드라도 나로서는 아무 할 말이 없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그의 몸을 제대로 음미하며 남김없이 먹어 치우는 것 뿐이다. 그의 몸은 나에게 기쁨을 준다. 고백하자면 나는 지금껏 누구에게 제대로 기쁨을 주어 본 일이 없다. 죽어서 누구의 식탁에 올라 그에게 기쁨을 줄 처지도 못 된다. (나는 화장(火葬)주의 자다) 그런면에서 나는 랍스터 보다는 한참 하위의 생물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