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만나 손을 잡은채 이야기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손학규 선배께서 어려운 결심을 하셔서 일이 훨씬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제가 범여권 대통합에 참여하겠다고 한 것은 정동영 전 의장 노력 덕분입니다."
26일, 정동영·손학규 두 사람이 만났다. 한 사람은 열린우리당 최대 계파를 거느리다가 최근 탈당해 대선주자로서의 행보를 본격 시작한 범여권의 '고참'이다. 또 한 사람은 석 달 전에 한나라당을 탈당해 독자세력화를 모색하다가 이제 막 범여권 대통합 대열에 참여를 선언한 '신참'이다.
그러나 치고 올라오는 '신참'의 기세에 '고참'이 고전하는 분위기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부터 범여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줄곧 유지해왔다. 게다가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 7명이 '특보단'을 자처하며 지지를 공식 선언하는 등 세력이 모이는 양상이다.
반면 '고참'은 경쟁자였던 김근태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2선 후퇴'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지지부진한 대통합 돌파구를 마련해보기 위해 '열린우리당 배제론'을 주장하는 박상천 민주당 대표 등을 만나, 제 정파가 참여하는 '8인 연석회의'를 주장했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정 전 의장은 '고참'답게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한 직후부터, 만나자고 제안해왔다. 그러나 손 전 지사는 번번이 이를 거부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하자마자, 범여권으로 흡수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국 독자세력화를 추진하다가 현실적 한계에 부딪힌 손 전 지사가 범여권 대통합 참여를 선언한 뒤, 정 전 의장에게 '만나자'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일까? 이날 오전 조찬 회동에서는 '신참'이지만 나이가 더 많은 손 전 지사가 "잘 좀 이끌어 달라"며 정 전 의장을 한껏 치켜세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회동이 끝난 뒤 정동영 전 의장측 양기대 공보특보는 "두 분이 정담을 나눴으며 서로 위로와 격려의 말씀도 나눴다"면서 "두 분은 이날 회동을 통해 국민대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위해 협력하고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또 "좌우 극단을 뛰어넘는 새로운 중도개혁의 정치가 시대적으로 요구된다"며 "대통합의 정치를 통해 새로운 국민의 집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특히 "대통합과 관련 김근태 전 의장의 살신성인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김 전 의장이 중심이 돼 통합의 방향과 방책에 대해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양 특보는 전했다.
두 사람은 조만간 가수 조영남씨가 동석한 자리에서 대포를 한 잔 하면서 회포를 풀기로 하고 헤어졌다. 이에 대해 양기대 특보는 "손 전 지사가 탈당한 후 불필요한 오해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정 전 의장을 만나지 않았지만 늘 깊은 교감이 있었고, 또 손 전 지사가 탈당했을 때 처음부터 정 전 의장이 따뜻하게 격려해주셔서 손 전 지사가 감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공개 대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