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거장에 설치된 의자에 급여명세서가 놓여있다.한미숙
차를 기다리다가 주위를 보니, 정거장에 마련된 녹색의자에는 프린트 된 A4용지가 놓여 있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고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옆에 앉아서 들여다보니 '5월 급여 명세서'였다. 운수회사에서 누군가 복사를 해서 갖다놓은 거였다. 뒷장을 보니 '대전지역 버스기사들이 시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고 써 있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대전시에서는 버스기사들이 받는 월급이 300만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노조에서 밝히고 있는 실제 받아가는 월급은 200만원도 안 되었다. 도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헷갈렸다.
기다린 지 50분이 지나서야 내가 타려는 버스가 왔다. 이미 출근시간은 지나 있었고 난 지각이었다. 버스에 오르자 운전석 옆 요금 받는 사람이 눈에 띈다. 시청에서 나온 직원이었다. 일반은 모두 1000원을 받고 중·고생들은 700원, 초등학생들은 300원이었다. 관광버스는 정거장마다 안내도 안 되어 승객들이 중간에 물어보기도 하였다. 내리고 타는 문이 앞쪽 한 군데이고, 기사는 노선이 익숙지 않아 천천히 운행하니 당연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언제 타결을 보는 거예요, 정말 불편해 죽겠네. 차를 탈 때마다 이렇게 고생시러워서 어떻게 한대요?"
어떤 승객은 운전자와 시청직원에게 하소연하다시피 했다. 직원은 '자세한 건 잘 모르겠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하는 시청직원은 귀에 수신기를 꽂고 시에서 내리는 지시사항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돈을 거슬러 주고 환승표를 내주며 승객들의 질문에 확실한 답도 못해주는 직원도, 한 시간 동안이나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서민들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저씨, 배차 간격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거의 한 시간에 한 대 꼴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렇게 오래요?"
"이 버스가 전체 3대로 움직이는 거예요. 저는 종점까지 갔다가 쉬지도 못하고 바로 또 와야 해요. 한 대만 더 있어도 좀 쉬겠는데 나두 죽겠어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