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준 묘지의 문인석(좌우).안병기
김만준의 묘지는 김반과 김익겸의 묘지 왼쪽에 자리하고 있다. 생몰 연대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서포 김만중과 같은 돌림자를 쓰는 걸로 봐서 동시대의 인물일 것으로 짐작된다.
조선 숙종 42년(1687년) 충남 논산시 노성면에 공자의 영정을 모신 궐리사를 세우는데 참여했다는 것으로 봐 숙종 때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의 묘비를 보니 순창 군수를 지낸 것으로 돼 있다. 효종 연간에서 숙종 연간에 이르는 시기의 문인석은 장식적인 요소가 가미된 정형화된 문인석을 보여주고 있으나 이 문인석은 장식적 요소가 적은 편이다.
시대가 그리는 사람의 표정
김정의 묘소는 동구 신하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김익희의 묘는 대덕연구단지내 국립중앙과학관 서북쪽에 있는 야산의 남쪽 기슭에 있다. 그리고 두 분의 묘를 제외한 3기의 묘는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산소골 광산김씨 묘역에 자리하고 있다. 살았던 시대와 벼슬의 높낮이는 다를지라도 이 다섯 분은 각자 자신이 속했던 시대를 대표할만한 지성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분들이다.
엄격히 말한다면 문인석은 고도의 장인 정신을 발휘한 품격 높은 예술품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묘지를 지키고 있는 문인석의 얼굴을 통해서 어렴풋이나마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표정을 유추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위의 문인석을 통해서 시대가 주는 하중이 무거울 때는 문인석의 표정도 따라서 무겁고 침울한 표정을 하고 있으며 시대가 생기발랄하고 개혁적일 때는 패기에 찬 청년의 표정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목구비는 부모에게 받아서 태어나지만 표정을 결정짓는 것은 그가 속한 시대라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가 속한 시대는 우리에게 어떤 표정을 짓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정과 김익희 묘지의 문인석 사진은 지난 2월에 찍어 갈무리해둔 것이며 김반, 김익겸, 김만준의 문인석 사진은 지난 6월 17일에 찍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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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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