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잎의 작은 물방울조도춘
산길로 접어들자 어젯밤 내린 비가 나무 잎과 줄기에 투명하고 작은 구슬방울이 되어 걸려 있다. 바람이라도 조금 불면 금방이라도 영롱한 소리를 내면 아래로 굴러 갈 것만 같았다. 일찍 산행을 마친 등산객들이 내려오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해 9월 보라색의 도라지 모시대 꽃의 매력에 빠져 찾아 갔던 그 산길. 어느 날 누군가 뿌리 채 뽑아갔던 그 웅덩이 빈자리를 보며 황망해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벌써 3일이 지나서 녀석도 이 산을 찾은 사람들에 벌써 도륙되지 않았나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장마 비로 산길은 축축하게 젖어 있어 미끄럽다. 박새의 노래 소리는 안개 자욱한 숲 속에서 더 잘 들려온다. 빠른 걸음으로 산행을 한 지 20여분 저 멀리 아직도 건재한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