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없이 보낸 하루의 고통

이만 닦고 끈끈한 상태로 자려니 고역

등록 2007.06.24 12:10수정 2007.06.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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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때가 조금 못돼서 물이 안 나온다는 보고가 올라 왔다. 나는 '물' 소리만 들어도 알레르기 증상이 있다. 그것은 신혼 때부터 개척교회 이끈다고 수도 시설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로 살림을 시작한 채 십 여 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다.


이목리 시절엔 당시 거기에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던 때라 내가 직접 다섯 군데나 우물을 판다고 매일 삽 가지고 온 산을 다 쑤셔 팠지만 힘만 뺐지 성공을 못했다. 어렵게 간신히 샘을 찾아 웅덩이를 파고 돌을 묻고 모터를 설치했는데 수원이 부족해 모터는 수시로 고장이 났다.

봄 가을엔 물이 부족해서 고장이 나고, 겨울철엔 추워서 배관과 모터가 자주 얼어 고장이 났다. 그러면 모터를 뜯어서 늘 자전거에 또는 오토바이에 싣고 남문에 나가서 고쳐다가 설치하면 불과 며칠 못가고 또 망가진다. 그 땐 관정을 판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보다 못한 성도 한 사람이 자기가 부담해서 상수도를 놔줘서 얼마나 편했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이쪽으로 이사 와서 교회당을 건축했는데 역시 상수도 설치를 또 하지 못했다. 그것은 당시 지하수가 좋았고 당장 한 푼이라도 아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없는 돈에 건물을 짓다보니 많은 부분 흡족하게 공사를 하지 못했고 또 정규 건축에 경험이 없다보니 아쉬운 부분이 더러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상수도다. 힘이 들어도 그 때 상수도를 놨어야 하는 건데 돈 아낀다고 안 했더니 지하수 땜에 가끔 불편할 때가 있다.

여기야 뭐 물이 많아서 물이 달리는 일은 없는데 모터관리, 겨울철 물탱크 관리 등이 때로는 불편할 때도 있다. 그래도 이제는 내가 직접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어쨌든 대표자로서 모든 부분에 신경이 쓰인다.

일단 물이 안 나온다니 즉시 나는 움직였다. 부랴부랴 다 점검해 보고 펌프가게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해결을 하지 못한 채 하룻밤을 보냈다. 이만 닦고 끈끈한 걸 참고 자려니 고역이었다. 우리야 참으면 된다고 하지만 아래층은 우리 어린이집인데 거기가 문제다.


오늘도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아침부터 뛰었다. 몸은 땀에 절었고 머리는 기름이 내려 떡이 됐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어쨌든 물을 나오게 해야 한다. 전화로 전문가한테 진단을 받았다. 문제는 관정 맨 밑에 들어가 있는 제트에 이상이 생겼는데 그걸 지금 뜯어 고칠 여건이 안 된다. 관정이 묻힌 곳은 남의 땅이 되어 집이 지어졌고 공간은 두껍게 모두 포장이 됐다.

일단 전문가가 와서 모터는 고쳐 시도했는데 모터는 도는데 밑에 제트가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해 물이 빨아올리지를 못한다. 거의 포기하고 이미 어제 상수도 신청을 했고 오늘은 최종 지하수를 다시 파는 걸로 결론을 내렸으니 며칠 불편하게 지낼 각오를 했는데 장로님이 당신이 좀 더 시도해보겠다고 한다.


그것이 되려나 싶어 마음대로 하시라고 하고 별 기대를 안 하고 내 방으로 왔다. 그런데 얼마 후 물이 물탱크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결국 임시지만 만 하루 만에 물이 다시 나오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당장 샤워부터 하니 날아갈 것 같다. 장로님의 고집이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 됐다. 일이란 것이 이렇게 여러 사람이 거들다 보면 되는 수도 있다.

다시 상수도를 놓든 관정을 파든 해야 하지만 우선 물을 쓸 수 있게 돼서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로도 물 부족국가로 분류가 됐단다. 물을 아껴 써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정말 물을 물 쓰듯 해선 안 되고 물을 돈 쓰듯 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물 없는 하루를 보내면서 물의 고마움을 절절히 느꼈다.
#물 #개척교회 #상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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