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의 얼굴송유미
마음을 닦는 설거지
주부들이 가장 힘든 일은 무얼까. 하루 세끼 식사 장만도 문제지만, 다 먹고 난 설거지를 하는 일이 제일 큰 일 아닐까. 요즘은 그릇 세척기가 있지만, 그릇 세척기로 설거지를 하는 가정이 얼마나 될지. 그릇 세척기에 씻는다고 깨끗한 것도 아니고, 그릇 세척기의 엔진 소리는 신경이 예민한 귀에는 거슬릴 정도다.
이 귀찮은 설거지를 하고 나면 마음이 개운해진다. 왜 그럴까. 분명히 귀찮은 일인데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닦아 제 자리에 정리하고 나면 마음까지 개운해 진다.
하루도 책을 읽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하루도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말은 원래 불교 용어인데 이젠 일반화되어 쓰인다. 어느 날 석가가 영산에서 제자를 모아 놓고 한마디 말없이 연꽃을 손가락으로 집어 제자들에게 보인다. 그러나 일동은 그 의미를 몰라 잠자코 스승의 손가락 끝의 꽃만 바라본다.다만 가섭만이 혼자 빙긋이 웃었다는 데서 이 말이 유래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 때문에 인생은 희비가 얼갈린다. 마음처럼 신비한 것도 없다.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마음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애달파 울고 웃는가. 마음을 몸처럼 볼 수 있다면 인생의 희비도 없을 것 같고, 고통도 애환도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설거지처럼 마음을 닦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하루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처럼 하루도 설거지처럼 마음을 닦는 일은 게을리 할 수 없다.
범죄인의 얼굴은 닦지 않는 냄비의 얼굴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