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닦듯이 마음 닦아야

냄비의 얼굴은 반짝인다

등록 2007.06.25 11:17수정 2007.06.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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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의 얼굴
냄비의 얼굴송유미
마음을 닦는 설거지

주부들이 가장 힘든 일은 무얼까. 하루 세끼 식사 장만도 문제지만, 다 먹고 난 설거지를 하는 일이 제일 큰 일 아닐까. 요즘은 그릇 세척기가 있지만, 그릇 세척기로 설거지를 하는 가정이 얼마나 될지. 그릇 세척기에 씻는다고 깨끗한 것도 아니고, 그릇 세척기의 엔진 소리는 신경이 예민한 귀에는 거슬릴 정도다.

이 귀찮은 설거지를 하고 나면 마음이 개운해진다. 왜 그럴까. 분명히 귀찮은 일인데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닦아 제 자리에 정리하고 나면 마음까지 개운해 진다.

하루도 책을 읽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하루도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말은 원래 불교 용어인데 이젠 일반화되어 쓰인다. 어느 날 석가가 영산에서 제자를 모아 놓고 한마디 말없이 연꽃을 손가락으로 집어 제자들에게 보인다. 그러나 일동은 그 의미를 몰라 잠자코 스승의 손가락 끝의 꽃만 바라본다.다만 가섭만이 혼자 빙긋이 웃었다는 데서 이 말이 유래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 때문에 인생은 희비가 얼갈린다. 마음처럼 신비한 것도 없다.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마음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애달파 울고 웃는가. 마음을 몸처럼 볼 수 있다면 인생의 희비도 없을 것 같고, 고통도 애환도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설거지처럼 마음을 닦는 일은 너무나 어렵다. 하루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처럼 하루도 설거지처럼 마음을 닦는 일은 게을리 할 수 없다.

범죄인의 얼굴은 닦지 않는 냄비의 얼굴을 닮았다

마음을 닦는 일
마음을 닦는 일송유미
어쩌다 절에 가 보면, 남성은 눈에 띄지 않고 대부분 여성들이다. 여성들도 나이가 많은 어머니들이 많다. 천배 이천배 삼천배하는 어머니들의 소원의 내용은 자신의 일보다 자식에 대한 기우가 많다.

마음의 설거지를 하는 일도 여성의 몫처럼 느껴진다. 범죄를 발생하는 쪽이 여성이 많을까. 남성쪽이 많을까. 통계조사를 확인하지 않아도 아마 여 죄수보다는 남 죄수들이 많지 않을까. 범죄는 왜 일어날까? 순간적인 살인이나 강간이나 요즘 많이 발생하는 아동 유괴도 사악한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범죄인을 잡아 놓고 보면 범죄인은 따로 없다. 바로 우리 이웃의 얼굴이다. 왜 저런 사람이 살인자가 되고 유괴범이 되었을까? 텔레비젼에 나오는 손을 가린 얼굴을 쳐다보며 의아해 한다.

부처의 마음은 바다(苦海)를 담고,
예수의 마음은 사람의 사랑을 담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그릇을 들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그릇을 들고..송유미
사람 살기‘마음 먹기에 달라진다.’또 ‘마음먹은 대로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고 보면 마음 하나 먹는 데 따라서 모든 것이 바뀐다. 마음이야말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근본이요, 영혼의 힘이다.

먹고 난 그릇은 씻고 닦으면서 평생을 지니고 살아가는 마음의 그릇은 닦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란 그릇은 사람에 따라서 작기도 크기도 하다. 부처의 마음은 너무 넓어 바다가 다 담기고, 예수의 마음은 하늘처럼 넓어서 모든 사람의 사랑을 담는다.

사람들은 각자 지니고 있는 하나밖에 없는 마음의 그릇에 사랑을 담기도 하고 괴로움을 담기도 하고, 미움을 담기도 하고, 또 증오를 가득 넘치도록 담기도 한다. 그러면서 씻지도 않는 마음의 그릇에다 그리움을 담고, 보고픔을 담는다.

양심의 그릇에 물이 줄줄 새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을 냄비처럼 씻고 닦을 수 있다면, 사람들이 마음을 반짝반짝 윤이 날 정도로 닦으며 살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천국처럼 평화롭지 않을까.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만질 수 없는 마음이라고, 천대하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루에도 수없이 그릇을 씻어야 하는 설거지는 꼭 주부의 일일까.

산더미같이 쌓인 그릇을 씻기 위해 개수대 앞에 선다
밥공기 하나하나 퐁퐁을 묻혀 닦아 내다가
문득 씻지도 않고 쓰는 마음이 손바닥에 만져졌다
먹기 위해 쓰이는 그릇이나 살기 위해 먹은 마음이나
한번 쓰고 나면 씻어 두어야 다음을 위해 쓸 수 있는 것이라 싶었다.
금이 가고 얼룩진 영혼의 슬픈 그릇이여
깨지고 이가 빠져 쓸데없는 듯한 그릇을 골라내면서
마음도 이와 같이 가려낼 것은 가려내서
담아 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냄비의 얼굴은 반짝인다' -자작시 일부


촛불 밝히는 마음
촛불 밝히는 마음송유미
이 시는 양귀자 소설 <천년의 사랑>에 게재된 터라 강원도 삼척에 산다는 주부가 편지를 보내온 적이 있다. 그녀는 매일 자신도 설거지를 하는 게 일과라면서 설거지가 주부들의 전용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쩜 자신의 심정을 이처럼 표현할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그후 라디오, 텔레비전의 여성 대상 프로그램에 심심찮게 낭송되는 내 시를 남의 시처럼 신기해서 듣기도 하지만, 이 시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은 시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마음을 닦고 살지 못하는 인지상정 때문이리라 깨닫는다. 그 주부처럼 마음을 깨끗하게 닦으면서 살고 싶은 것은 불문가지, 이심전심(以心傳心)이다.

하루 한번쯤 주부 대신 냄비를 반짝이도록 닦자

병을 다스리는 일에도 마음이 중요하다. 루터는 "마음도 하루하루 수염을 깎듯이 깎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는 거울처럼, 가끔은 마음을 꺼내어 반짝반짝 윤이 나게 그릇처럼 닦고 싶다. 금이 가고 얼룩진 슬픈 영혼의 그릇을 위하여, 하루 한번 쯤은 주부를 대신해서 식구들이 마음처럼 그릇을 닦아준다면, 주부들의 마음은 냄비의 얼굴처럼 반짝일 것이다.
#냄비 #부처 #예수 #마음 #설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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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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