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린, 그녀에게 보내는 애모의 노래

우리들의 연인이자 숭배자인 그녀

등록 2007.06.21 16:50수정 2007.06.21 16:50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는 게 축 처져 있고 재미가 없어질 때면 나는 전혜린의 글들을 읽어 본다. 이상하리만큼 뜨겁고 강렬한 매력으로 내 앞에 다가서면서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신선한 감동을 주는 여자가 전혜린이다.


그분은 고인이 되어 저 먼 시간과 공간 속에 파묻혀 있지만, 아주 가까이에서 또 주변에서 아주 독특하게 살아 있다. 소녀 시절에 전혜린씨에게 매혹되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녀의 개성적인 삶과 천재적인 두뇌와 열정적인 사고들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녀가 남기고 간 일기와 편지와 에세이들을 읽노라면 수긍하고 이해되기도 한다.

파스테르나크와 모리악과 괴테와 루 살로메와 릴케를 좋아하고 사랑했었던 그녀. 그녀의 가슴은 언제나 완벽한 충족에의 갈증에 시달렸고 보니, 끝이 없는 허기짐과 좌절이 그녀를 이 현실 세계에서 밀어내었는지 모른다. 가장 순수한 상태로 살기를 원했고 의식을 매순간 지키고 깨어 있도록 하고 살기에는 그녀의 신경이 쉬 피로하고 지쳤을까.

그녀의 글 속에서 번득이는 지혜와 정열과 특이한 개성을 나는 좋아하고 또 동경하기조차 한다. 너무나 비슷하고 똑같은 사고와 행동양식의 획일성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에서, 그녀는 정말 뛰어난 정신과 특별한 퍼스낼리티를 형성하고 있었고 또 지나치게 삶을 사랑했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그녀의 글을 읽노라면 표현할 수 없는 생기와 뜨거운 기(氣)가 솟구쳐진다.

그녀가 향유하는 책들과 거리와 공간들은 우리가 건너뛸 수 없는 꿈의 세계이기에 턱도 없이 몽상적이고 몽환에 가까운 나로서는 상상으로만 그 세계에 뛰어들어 가 보기를 좋아한다. 우리의 마음 속 또 다른 구석에는 방랑과 뜨거운 생에의 의지와 미칠 듯이 도전해 보는 집중력과 탄력성이 있는지 모른다.


생의 완벽을 추구하기에는 모든 것들을 갖추지도 구비하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신경이 살아 있는 팽팽한 긴장과 충일을 맛볼 수가 있을 것이다.

순간순간의 의식의 지속성, 이런 정신만이 우리를 구제한다고 믿었기에 일상의 따분함 속에서도 마술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환상과 완벽함을 향하면서 늘 현실에서 외롭고 마음 아파했던 그녀. 검은 눈동자에다가 약하디 약한 몸매를 하고서 뜨겁게 살다가 알 수 없는 신화 속으로 사라져 간 한 아름다운 영혼에 대한 진한 안타까움으로 가슴은 고통스럽기조차 하다.

평범하기를 지독히도 싫어하고, 형이하학적인 현실에 서 있으면서도 형이상학적인 것들을 열심히 추구하던 그녀의 바람과 기도는 무참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러기에 전혜린 식의 사고와 생활방식은 언제나 그리움이기도 하며 꿈의 세계로 존재하고 있어서, 현실에 버티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알 수 없는 호기심과 미지의 환상감 같은 것을 제공하는지 모른다.


지나치게 속됨이 없이, 물욕에 휩싸임이 없이 정신적인 귀족으로서 살기를 원하고, 매순간마다에 가장 강렬한 어떤 것을 끄집어 내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자기의 생을 완전히 자유롭게 살려고 했으며, 자유로우려는 정신과 현실세계와는 끊임없이 대결하며 투쟁해 가려던 과정으로서 현실에서는 영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 그러기에 그녀가 추구하던 생각과 삶과 생활방식은 우리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고 신선함 감각으로 대두되는지 모른다.

그녀가 살았던 회색빛 나라 독일. 세계의 지성들이 들끓었던 뮌헨 대학과 슈바빙은 내가 꼭 한 번 가 보고 싶은 곳이다. 자유와 진리에의 추구와 평등과 낭만이 넘실거리는 도시, 예술이 살아서 숨쉬는 도시, 그 슈바빙을 제일 못 잊어 하고 못 견디게 그리워하던 그녀. 그녀의 아름다운 영혼은 지금도 그 도시의 거리에서 떠돌며 배회하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반짝이는 섬광처럼 우리의 앞에 나타났다 갑자기 사라져 갔지만, 그녀를 좋아하고 따르는 친구와 수많은 숭배자들의 가슴에 영원히 신선하고 아름답게 살아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연인이자 숭배자이기도 한 그녀의 영롱한 영혼에 뜨거운 애모의 정을 가득히 보내면서, 나는 일상에서 보다 뜨거운 정열로 살아가기를 끔직히 원하고 또 원해 본다. 영원히 살아 있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 전혜린. 그녀에게 정열적인 새빨간 장미 한 바구니를 바치면서 내 사모의 정을 담은 노래를 끊임없이 보내 본다.
#전혜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5.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