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묏동전' 연 김지연 작가.박성민
- 지난 5월에 서울의 갤러리룩스에서 묏동전을 이미 여셨죠. 전주가 두 번째인데요.
"서울이 문화의 중심지인데다 아무래도 관객들이 많으니까요. 일종의 테스트 받는 기분이었죠. 전주는 제가 현재 몸담으며 사는 곳이니 여기에서 전시회를 갖는 것은 당연한거구요. 원래 고향은 광주지만요."
- 특별히 묏동에 관심을 갖고 사진을 찍게 된 동기가 있으신가요?
"(잠시 생각하다가) 땅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산은 시간의 무한성을 잘 보여주는 배경 같은 것이고 길은 시간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죠. 길은 자주 변하지만 산은 어지간해서 잘 변하지 않잖아요. 묏동도 마찬가지예요. 자연의 일부로서, 풍경의 일부로서 보여지는 묏동을 담고 싶었어요. 꼭 묏동 자체로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땅의 일부로써요."
- 사진들을 보면 묏동들이 참 편안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적당히 닳고 적당히 둥글어진 모습이랄까요. 요즘 묘지들은 대개 높고 단단하며 묘비 등으로 장식되어있잖아요.
"일부러 옛날 묏동들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 세대에서 묏동은 단순히 하나의 무덤이 아니었습니다. 거기서 뒹굴며 놀기도 하고 올라타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자연의 일부로서 추억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고 있지요. 우리 세대(40~50대)가 가지고 있는 묏동의 이미지는 죽음이나 음울함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라기보다는 삶의 한 부분, 자연의 한 풍경으로 인식하고 있죠."
- 저에게도 그런 추억이 있습니다. 물론 묏동에 올라갔다가 어른들에게 혼난 적도 있지만요.
"(의외라는 듯) 그래요?(웃음)"
- 이런 묏동들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무슨 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네. 이 사진들은 2003년부터 찍어둔 거예요. 평소 여행을 많이 하니까 다니면서 묏동이 있는 곳들을 유심히 보아두었어요. 무던히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판 것들이죠.
2003년부터 '묏동 찾아 삼만리'
- 이곳에 소개되어있는 묏동들을 보니 충남 공주, 전남 영양, 전북 고창, 제주도 성산포 등 그 분포가 다양합니다. 남쪽지역 묏동들을 주로 찍으신 이유는요? 일종의 컨셉트인가요?
"그런 건 아니었어요. 물론 강원도를 비롯해서 중부지역 묏동들도 많이 찍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원했던 이미지가 나오지 않아서 전시회에는 소개하지 않았어요. 재미있는 건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묏동이 타원형으로 갸름하고 길쭉한 반면,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둥글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제주도는 돌이 많다는 지형적특성을 살린 묏동들이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