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왼쪽)>가 지난 7일 보도한 '정책홍보 점수제' 비판 기사. 석간 <문화일보>가 '기막힌'이란 표현을 '어이없는'으로 바꿔 금방 받아썼다.<동아일보> <문화일보> PDF
[시작] <동아일보> "정책홍보점수제가 기가 막혀"
발단은 <동아일보>가 지난 7일 A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기막힌 정책홍보 점수제' 기사. 정치부 민동용 기자는 이 기사에서 "국정홍보처 '2006년 정책홍보관리 평가를 위한 평가원칙 및 분류기준'에 따르면, 비판기사에 대한 대응이 빠를수록 정정보도 신청은 많을수록 점수 가중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홍보처가 정책홍보 평가를 항목별 계량화·점수화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출처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라고 밝혔고, 기사 끝 부분에 "홍보처의 정책홍보 평가 방식은 각 부처가 언론에 무리한 대응을 하도록 만드는 측면이 적지 않다"는 이 의원의 발언을 옮기기도 했다.
민 기자는 이 사안을 A3면 머릿기사 "김창호 처장 '내가 부르니 장관도 뛰어오더라'"로 이어갔다. "내가 부르면 장관들도 즉각 뛰어온다, 어느 부처 장관은 식사 자리에 간부들까지 대거 대동하고 나왔더라"는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사석 발언을 소개하며 "이 간부가 이렇게 큰소리칠 수 있는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고 썼다.
민 기자는 그 '까닭'이 바로 기사 대응, 국정브리핑 실적 등으로 평가 부처순위를 매기는 위 '2006년 정책홍보관리 평가원칙 및 분류기준' 때문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판단 근거는 해당 기사 발문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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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는 당일 석간에서 <동아일보> 기사의 제목 중 '기막힌'이란 표현을 '어이없는'으로만 바꿔 '받아'쓰기도 했다.
[반박] 국정홍보처·노 대통령 "재탕을 특종인 양..."
<동아> <문화> 보도에 대해 국정홍보처가 즉각 반박에 나섰다. 황두연 정책발표협의팀장은 보도 당일인 7일 국정브리핑에 '<동아-문화>의 기막히고 어이없는 정책홍보 평가 시비'라는 글을 올려 "<동아>는 각 부처의 정책홍보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을 문제 삼아 1면 톱-3면 해설도 모자라 사설까지 덧붙여, 분량으로 보면 특종이지만 사실 이 보도는 '낙종'"이라는 주장을 폈다.
황 팀장은 "두 신문이 보도한 내용은 팩트(사실관계)는 맞지만 전혀 새로울 것이 없고 오히려 같은 내용을 재탕하고, 아침에 보도한 내용을 오후에 삼탕하는 함량 미달의 기사"라고 반박했다. 황 팀장은 '정치적 의도' 의혹까지 제기했다.
"<동아>와 <문화>의 정책홍보 평가비판은 정부의 정당한 업무 수행에 대한 근거없는 폄훼다. 이는 이미 지난해 공개돼 여러 차례 기사화된 사안이다. 두 신문의 새삼스런 '뉴스'에 담긴 정치적 의도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왜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정치언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지 두 신문은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12일에는 안영배 국정홍보처 차장이 나섰다. '<동아일보>의 황당한 오보 행진'이라는 제목이었고 내용은 황 팀장의 그것과 유사했다. "지난해 11월 국정홍보처 홈페이지에 이미 공개했으며 그 때부터 누구나 마음대로 볼 수 있었으며 옮고 그름을 떠나 새로운 내용이 아니고 폭로성 뉘앙스가 물씬 풍기는 1면 머릿기사감은 더더욱 아니다"는 것이다.
공방은 닷새 후 다시 이어졌다.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 보도를 다시 제기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우리가 지난번에 정보공개해 놓은 자료를 국정홍보처에서 해 놓은 것은 보지도 않고, 국회을 통해 가지고 국회의원이 자료를 건네주니까 그거 무슨 엄청난 비밀인 것처럼 <동아일보>에서 사리도 맞지 않는 기사를 막 썼는데, 사실 이것이 새로운 자료가 아니고 공개 자료에 이미 나가 있는 것을 가지고요. 오보를 내고. 오보를 내놓으니까 <문화일보>가 그대로 베껴 쓰고요…. 이런 식으로 기사 만들면서…"
[재반박] <동아일보> "대통령, 보고는 제대로 받고 계신가"
이튿날 <동아>가 발끈했다. 이번에는 청와대 출입 정연욱 기자가 18일자 A2면에 "해당 기사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입수한 '2006 정책홍보 관리평가를 위한 평가원칙 및 분류기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라고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정 기자는 "노 대통령이 '정부가 공개했다'고 말한 것은 '정책홍보 관리평가 추진 현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나 A4 2장 분량의 이 자료에 실린 표엔 본보가 다룬 평가기준의 측정항목 및 측정방법이 빠져있다"고 밝혔다. 제시한 자료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반박은 19일에도 이어졌다. 발단이 된 7일자 기사를 쓴 민동용 기자가 '기자의 눈'을 통해 다시 한번 국정홍보처와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제목은 '노 대통령, 보고는 제대로 받고 계십니까'. 내용은 전날치 정 기자의 기사와 유사했다.
민 기자는 "지난해 10월 10일 '정책홍보관리평가', 같은 해 9월 21일 '정책홍보관리평가추진현황'이란 제목으로 각각 자료가 올라와 있다"며 "그러나 기자가 기사를 쓴 자료와는 다른 자료인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6년 정책홍보관리 평가 순위'는 아예 비슷한 제목의 자료조차 찾을 수 없었다"며 "결국 노 대통령은 국정홍보처로부터 사실과 다른 보고를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