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틈으로 아름다운 산을 바라보았다.김연옥
아직도 내 마음에 정겨운 모습으로 남아 있는 월악산의 계단들도 있다. 하얀 산목련을 볼 수 있었던 계단, 그리고 나란히 뻗어 있다 어느 지점에서 하나로 연결되던 철계단이다. 나는 쌍둥이 철계단을 오르면서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다.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어머니 나이가 마흔넷이었다. 아버지에게 마음으로 많이 의지하고 살아왔는지 어머니는 몹시 외로워하셨다. 장미 한 송이가 예뻐 꽃병에 꽂아 두면 어머니는 너무 외롭게 보인다며 그 옆에 한 송이를 더 꽂아 놓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 부부로 같이 늙어 간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일 것이다. 부부의 묵묵한 동행을 읊은 오창렬 시인의 '부부'라는 시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도 그 함께 하는 시간 때문이다. 그 시는 마치 내외하듯 서로 떨어져 걷기만 하던 시골 부부가 멀리 언덕을 넘어가자 소실점 가까이 한 점이 되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풍경을 멋들어지게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