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막 수풀 속은 사방천지가 사랑 중입니다.임윤수
방해꾼이나 훼방꾼이 되고 싶지 않다면 수풀에는 가지 마십시오. 요즈막 수풀 속은 천지가 사랑 중입니다. 정말 사랑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면 가까운 수풀은 물론 정원에라도 가지 마십시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 때쯤 수풀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곤충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됩니다.
수풀 속 여기저기서 곤충들이 사랑을 나눕니다. 입은 것이 없으니 벗을 것도 없지만 벌거벗은 몸이 되어 꼬리를 맞대고 끈끈한 모습으로 사랑을 나눕니다. 대개 인간들이 사랑을 나누는 그 곳처럼 은밀하거나 푹신할 필요도 없습니다. 드러났거나 감춰졌거나, 푹신하거나 딱딱하거나, 평편하거나 낭떠러지나 할 것 없이 어디라도 좋습니다. 그냥 암수가 몸을 지탱할 수 있거나 매달릴 수만 있으면 됩니다.
곤충들의 사랑을 방해하지 마세요
곤충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소는 땅바닥일 때도 있고, 나뭇가지나 꽃잎일 수도 있습니다. 편해 보이는 곳도 있지만 숭숭 가시가 따끔따끔 살거죽을 찌를 것 같은 가시넝쿨일 때도 있습니다. 턱걸이를 하듯 매달린 자세로 사랑을 나누는 모습도 볼 수도 있고, 줄당기기 하듯 당기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꽃송이를 따라 곤충들의 사랑도 이리저리 흔들리고, 가끔이지만 짝짓기를 한 채 게걸음을 하듯 자리를 옮기지만 그들의 사랑은 끝나지 않습니다. 어찌 되었건 사람들의 발자국은 곤충의 생명을 위협하고, 곤충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고약한 존재가 되는 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