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기 회장 집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정희상 위원장과 김은남 사무국장.시사저널 노조
한겨울 천막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한여름 길거리 단식까지 하게 됩니다.
단식이라뇨. 지금이 무슨 쌍팔년도 아니고, 두 사람의 뜻을 전해 듣는 순간 기자들은 경악했습니다. 정희상 위원장과 김은남 사무국장. 단식을 결의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든 기자들이 그들을 뜯어 말렸습니다. 사표까지 모아놓은 마당에 웬 단식이냐고, 미련없이 새 길 가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기 노조를 이끌며 회사와 접촉해온 그들의 고집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급기야 오늘 6월 18일. <시사저널> 기자들은 '삼성 기사 삭제 사태 1년'을 맞아 기사 삭제 책임자 처벌과 뒷구멍 매각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 회견을 가졌고, 이어 두 사람은 사주의 집 앞에 깔개를 깔고 앉았습니다.
야속하게도 요즘 들어 수은주는 30도를 오르내립니다. 허기보다 그들의 진을 뺄 마른 열기가 더 무섭습니다. 비싼 생수를 두 사람 발치에 뿌려줍니다. 시커먼 아스팔트 바닥이 지글지글 끓습니다.
정희상 노조위원장과 김은남 사무국장. 사주의 집 앞에 주저앉은 그들의 고집은 일종의 미련으로 보입니다. 분노에서 절망으로, 그리고 체념에서 다시 분노로 지난 1년간 기자들의 감정선은 가파르게 오르내렸습니다. 노조 집행부에 사표를 내는 순간, 대부분의 기자들은 단념을 공표하는 일종의 의식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좀체 끊어낼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시사저널>은 심상기 회장이나 금창태 사장의 것이 아니었고, 또한 파업 기자 23인 만의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새록새록 환기되었습니다. 지난 18년 동안 <시사저널>이 걸어온 길, 그 지면에 실린 기사, 그리고 그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질타와 성원이 켜켜이 쌓인, 이 사회의 역사가 된 <시사저널>의 존재감이 새삼 엄연했습니다. <시사저널> 기자이기를 포기하겠다고 생각하고, 한발 물러서서 <시사저널>의 역사를 돌이켜보니 회한이 더욱 절절했습니다.
지금 기자들이 시사저널을 포기하면, 그대로 <시사저널>의 한 역사가 끝이 납니다.
네, 오만한 자부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감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회사를 비난하지 않겠습니다. 사장이 기사 하나쯤 못 들어내느냐고 생각했을 법한 사장의 인식과, 그 사태를 편집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기자들의 인식 차이가 사태 장기화의 이유라고 생각하면 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