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비품을 한 번 골라봐?조태용
6월은 토마토가 제철인 시기다. 물론 하우스 토마토를 말하는 것이다. 노지 토마토가 나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싱싱한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린 농장이 보고 싶어 직거래 장터에 토마토를 공급하는 인근의 한 유기농 토마토 생산자를 찾았다. 넓은 들판은 벼를 심기 위해 분주했다. 논으로 일을 하러 가야 한다는 토마토 농부를 세워 잠시 이야기를 나눠봤다.
"유기농 토마토 생산하시죠?"
"그런데…?"
"잠시 이야기 좀 하려고요."
"할 이야기 없어, 바쁜데 그냥 가!"
목소리에 불편한 심기가 가득하다. 그는 올해로 친환경 농업을 시작한 지 6년 되었고, 유기농 토마토 생산 2년 차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토마토 농사는 안 짓는다면서 손사래를 친다. 솔직히 말하면 유기농도 다시는 하기 싫다는 것이다.
왜냐고 했더니 팔리지 않는 유기농 토마토를 애써 생산해서 뭐하냐는 것이다. 요즘 토마토 생산량은 급증하는데 판매는 늘지 않아서 판매에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 맘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다.
더구나 애써 유기농으로 키운 토마토를 출하량이 늘고부터 조금 크고 모양이 못 생겼다고 모두 비품 처리를 한다고 한다. 정품과 비품의 가격 차이는 많이 나는 과일의 경우 꽤 많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는 "유기농으로 하다 보면 못 생긴 것도 많이 나오는 것이 정상 아니냐"며 토마토 밭으로 나를 이끌어 토마토 세 개를 따서 보여준다.
여기서 비품을 한 번 골라봐?
한눈에 봐서 내 눈에는 모두 정상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농민에 말에 따르면 가운데 그물무늬가 큰 것은 모두 비품이라는 것이다. 또 커도, 작아도 비품처리를 한다.
이런 까다로운 기준은 농민이 만든 것이 아니다. 모두 유통업체들이 요구하는 것이다. 농민들이야 어쩔 수 없이 규정을 따라가게 된다. 유통업체가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기준이 유기농 토마토 농사를 어렵게 한다.
그의 말처럼 유기농으로 했을 경우 간단한 제초 작업도 제초제 한번 주면 되는 것을 손으로 직접 해야 하고, 농약도 줄 수 없어 많은 조심조심 키워야 하기에 관심과 시간이 투여된다. 또 화학 비료를 주지 못하니 평균적인 수확량 감소가 생긴다.
거기다가 비품을 빼고 나면 수익이 나기 어렵다. 더구나 가격도 하락해서 일반 토마토나 별 차이가 없다면 유기농업을 포기하는 것은 당연한 경제적 선택이다.
"친환경 농업이 농민 살리는 대안이 맞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