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으로 연결된 진입로 중간부분 양 옆에 쇠막대 기둥 두 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한때 도로를 차단하는데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줄이 절단되어 풀숲에 묻혀있다.조명신
사고가 나고 일주일이 지난 11일(월) 한나씨는 댈러스 시청을 통해 부모님의 마지막 음성이 담긴 911통화 파일을 받았다. 사고 당시 경찰관이 "3차례 911통화 기록이 있다"고 말한 것과는 달리 김영환씨가 911에 전화를 건 것은 단 한 차례였다.
나머지 두 번은 끊긴 전화를 연결하기 위해 911에서 김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못하고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간 기록이었다.
음성 파일이 담긴 씨디(CD)를 넘겨주던 담당 직원은 "부모님이 마지막에 싸운 것 같으니까 듣지 말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평소 사이가 좋으셨고 좋은 기독교인이셨던 부모님이 마지막 순간 싸우셨다는 소리에 한나씨 남매들은 처음에는 들을 엄두를 못 냈다. 그렇지만, 부모님의 마지막 목소리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고 들어보니 너무나도 기가 막혔다.
총 2분 9초짜리 음성 파일에서 김씨는 '루프 트웰브'만 연방 외쳤다. 한나씨는 아버지 김씨가 차가 가라앉고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에서 초행길이라 자신이 정확한 위치를 몰라 자신이 운전했던 마지막 도로인 '12번 도로'(루프 트웰브)를 설명하며 구조 요청을 보낸 것으로 짐작했다.
911 응답원은 김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듯 '헬로우'를 총 스무 번 넘게 반복했다.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숨이 넘어가는 듯한 순간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고, "지금 나한테 말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몇 번의 헬로우를 거쳐 다시 "무슨 언어냐, 중국어를 하는 거냐"고 물었다. 김씨가 다급하게 말하는 중간에 부인 조숙연씨는 하나님을 부르는 듯 '아버지'를 연달아 서너 차례 부르더니 물에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에 잠겨 숨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고 연이어 김씨가 "여보"를 외친 채 따라 부인을 따라 물에 잠기는 소리나 났다. 이어 통화는 곧바로 끊겼다. 전화를 건지 1분 11초 만이었다.
911통화에 두 사람 모두 물에 완전히 잠기는 소리가 녹음되어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졌고, 경찰이 긴급히 출동했다고 하더라도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점을 알고 있다는 듯 한나씨는 "바로 출동했는데 구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해도 괜찮다"면서 "그러나 초기에 대응했으면 시신이라도 빨리 찾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나씨는 이틀이 지나서 찾은 김씨 부부의 시신이 부패해 있어 "가족들이 부모님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고 당일 911 응답원은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그냥 끊었고 아무런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고 다음날 가족들이 경찰에 실종자 신고를 한 후, 차 3대에 나누어 타고 사고 추정 지역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결국 사고 장소를 의심스럽다고 지목한 것이나 사실상 발견한 것은 김한나씨였다. 사고 다음날인 5일(화) 저녁, 그의 요청으로 사고 현장에 경찰 헬기가 떴으나 2∼3분 정도 선회하다 '클리어(이상없음)'라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이후 한나씨의 강한 요청으로 김씨가 사용했던 휴대전화의 발신지를 추적했고 마지막으로 수신된 전파탑의 주위를 수색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 사고 차량을 발견했다. 한나씨가 하루 전날 지목했던 바로 그 자리였다.
한나씨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자식 된 도리로서 부모님께 누가 될까 봐 댈러스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생각은 전혀 없고 보상은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씨는 "사고가 난 곳이 위험하니까 시에서 경고 표지판이라도 세워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고 경찰에게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한나씨는 "한국 언론에서도 사과를 받고 싶다"면서 "돌아가신 분이지만 이건 명예훼손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의 한인 주간지 <코넷>의 제휴기사입니다. <코넷>의 인터넷판인 '코넷닷컴'(www.thekonet.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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