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을 찾은 손님들, 그들이 있어 호박꽃은 행복하다.김민수
뜨거운 여름 햇살, 천렵을 하여 매운탕이라도 끓여 먹으며 더위를 식혀야 할 정도로 햇볕이 따갑다. 물골집에서 산길을 따라 30여분 내려가면 내가 있고, 그곳에는 제법 피라미들도 많아서 어항을 놓거나 족대를 치면 매운탕 거리는 충분할 것이다.
불자도 아니요, 채식주의자도 아니지만 들꽃을 좋아하면서부터는 펄떡펄떡 살아 숨 쉬는 것이 생생하게 보이는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것도 죄가 되는 듯하여 다년간 취미였던 낚시를 접었다. 매운탕이야 정 먹고 싶으면 한 그릇 사 먹으면 될 일이다 싶으니 냇가에 발을 담그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더위를 피한다. 피서가 따로 있나.
그러나 사실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산비둘기들이 콩을 파먹어서 비상이 걸렸다. 허수아비를 세워도 이미 영악해진 산비둘기들은 허수아비를 그야말로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니 밭을 서성이며 '훠이! 훠이!' 하며 쫓아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뜨거운 햇살과 밀린 일들로 인해 하루를 버티고 서울로 돌아왔고, 노부모님들은 이런저런 농사일도 할 겸 물골에 며칠 더 남아계시겠다고 하셨다.
아침햇살에 호박꽃이 화들짝 피어난다. 햇살이 뜨거워지면 꽃잎을 오므리니 그전에 부지런히 벌들이 찾아온다. 그 가운데 개미들도 분주하게 오간다. 얼마나 간지러울까? 그러나 그들이 있어 호박꽃은 행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