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해 보이지만 넝쿨손들은 쭉쭉 뻗었습니다.임윤수
넝쿨손들 중에는 하릴없이 곧게 뻗어나간 곳도 있지만, 감개나 타래에 감긴 실처럼 휘감기만한 곳도 있고, 용수철처럼 뱅글뱅글 말아가며 늘어진 곳도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 가지를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뭔가에 의해 잡아 당겨질 때 무리 없이 늘어나거나 당겨지는 충격을 감소시키기 위한 듯 넝쿨손들은 일찌감치 자신을 스스로 꼬거나 접어 에누리를 만드는 지혜를 보였습니다.
넝쿨손들이 이렇듯 용수철처럼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을 형성하지 않거나, 처음부터 팽팽하게 잡아당기고만 있다면 불어오는 바람, 늘어나는 무게를 견디지 못해 끊어졌거나 망가졌을 게 분명합니다.
넝쿨손들이 끊어지면 의지하고 있던 넝쿨들이 뒤집히거나 미끄러지고, 넝쿨에 달렸던 박 덩이 역시 나뒹굴거나 내동댕이쳐지며 상처를 입거나 깨질 텐데 이렇듯 넝쿨손들이 용수철처럼 작용해 줘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잡아주니 이것이야말로 자연이 보여주는 생존의 섭리며 지혜입니다.
쭉쭉 뻗은 넝쿨손 중에는 똬리를 틀듯 휘휘 나뭇가지를 휘감은 것도 있고, 아름으로 돌덩이를 끌어안은 듯 감싸 안은 것도 있습니다. 초가지붕처럼 푹신푹신하고 비스듬한 곳이라면 엉성하거나 느슨하게 뻗어 있지만 절벽 같은 담벼락, 아슬아슬한 낭떠러지라면 팽팽하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 대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