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 끝에 맺힌 물방울장영미
추측건대(자연에 좀 무지한 걸 용서해주시길…), 카라가 밤새 빨아들인 물기를 이파리 끝으로 방출한 게 아닌가 싶다.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한 게 아니라, 뿌리로 빨아들인 물기가 카라의 조직 속을 돌고 도는 긴 여정이었거나, 아님 가늠할 수 없는 속도로 세상으로 내던져진 것이거나….
이 카라는 작년 봄에 화분 째 사온 것이다. 분홍색과 흰색. 꽃이 많이 잘 피면 꽃병에도 꽂아보겠다는 야무진 계획이 있었다. 그러나 꽃병에 꽂을 새도 없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 꽃대가 늘어지는 게 아닌가. 내심 참 실망이 컸다. 그렇게 흐지부지 꽃이 지고, 잎이 시들고, 가을과 겨울 동안 화분 째 처박혀 있었는데….
무지하고 무심한 주인네는 카라가 구근식물이란 걸 모르고 있었다. 그걸로 영영 이별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다시 새봄이 오고, 봄기운에 들뜬 주인네가 다시 헌화분들을 뒤집어엎어 새 꽃들을 심기 시작했다. 바짝 마른 화분 속에 박혀있는 작은 구근들을 발견하고 기절할 뻔했다. 작은 구근들 끝에 작고 뾰족한 새싹이 돋아나 있었던 것이다.
죽은 자식이 이렇게도 살아 돌아오는구나. 말할 수 없이 기쁘기도 하고, 구근들에게 미안해 죽을 뻔했다. 생명의 위대함에 경배를!
구근식물은 처음 접하는 것이라 지식을 찾아 인터넷 서핑. 분홍 카라는 습한 걸 좋아하고, 흰 카라는 건조한 걸 좋아하는 성질이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이미 기다란 플랜터에 나란히 심어놓은 뒤였다. 그 탓일까? 분홍 카라는 꽃이 피는데 흰 카라는 이파리만 무성한 게.
여튼 카라가 만든 투명 무당벌레는 순결해 보였다. 어떠한 이물질도 끼어있지 않은 순수한 결정. 표면의 맑고 깨끗한 물 분자들이 대기의 압력에 눌려 살랑살랑 흔들렸다. 대치의 팽팽한 긴장은 그러나 일순. 언제나 대기압과 중력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