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한신계곡을 지났습니다.서종규
요즈음 지리산 계곡은 맑고 깨끗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 점 오욕도 사라진 내 몸은 흐르는 물이 되어 버립니다. 돌 사이를 흐르는 물은 지리산 전체가 됩니다. 동행한 서민호 선생은 "귀가 열리고 눈이 맑아져 내 몸이 계곡이 되어 버렸다"고 나직이 속삭입니다.
"한신계곡에 들어서니 내 귀가 열리고 눈이 밝아졌습니다. 푸른 녹음이며 흐르는 물이 내 귀를 지나갑니다. 내 눈은 옥빛 물빛에 빠져 맑은 물빛이 됩니다. 지나가는 흔들다리 옆으로 뻗어오는 하얀 산목련꽃에도 입맞춤을 하였습니다. 내 몸이 그대로 계곡이 되었습니다. 한신계곡이 이렇게 좋은 줄을 처음 느낍니다."
지리산엔 이런 계곡들이 많습니다. 가장 길다는 칠성계곡은 절반밖에 개방되어 있지 않지만 그 맑은 물과 돌에 태고의 신비까지 드러내게 하는 원시 상태의 생태계가 있습니다. 뱀사골 계곡은 말할 것도 없고요, 달궁계곡은 야영장까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가을철 단풍의 속살까지 붉게 비친다는 피아골계곡, 대원사계곡이며 의신계곡, 청학동까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