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 잎 수공예품. 스리 빈탄 마을의 특산품이다.노 시경
이 투어의 가이드와 마을의 한 아주머니가 판단 잎을 가지고 수공예품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직접 시연을 한다. 판단 잎은 대개 이 마을 남성들이 농장이나 마을 인근의 숲에서 수집하는데, 대부분 싱싱한 어린잎들만을 수집한다.
수집된 판단 잎은 일단 잎 주변의 가시를 제거한 후, 조각조각으로 찢어 균일한 골자만을 추려낸다. 한 개의 판단 잎은 이때 최대 6개의 가늘고 긴 조각으로 나뉜다. 그 후 이 판단 잎 조각들은 물 안에서 끓여지고, 천연염료를 이용하여 필요한 색을 칠한다. 그리고 마지막 과정으로 햇볕에 판단 잎 조각들을 말린다.
이러한 몇 가지 과정을 거치면서 판단 잎 조각들은 티카(Tikar)와 라라(rara)가 된다. 티카(Tikar)는 정형화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적절한 크기의 네모 모양으로 짜여진 기본 매트를 말한다. 이 티카 조각은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지고 바느질로 재봉된 후, 판지(板紙)와 접착제를 붙여서 모양을 완성한다. 라라(rara)는 판단 잎을 돌돌 말아 만든 새끼줄 재료이다. 라라는 망태기와 숄더백 등 많은 제품 생산을 짜기 위해 사용된다. 티카와 라라는 다림질과 클리닝을 통해 수공예품으로 완성된다.
아내는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나무 기구를 손에 잡고 가시 잘린 판단 잎을 다듬는 일을 직접 해 보았다. 이 마을의 아주머니들도 아내가 한번 해보는 작업을 열심히 거들어 준다.
나는 이 마을의 아주머니들을 보면서 슬며시 웃음이 났다. 이들은 관광객인 우리들에게 마을 특산품을 팔기 위해서 모인 것인데, 물건을 기필코 팔아야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들 자기 집에서 쉬고 있다가 관광객들이 왔다고 하니까 마을 중앙의 상점 겸 작업소에 모인 것 같다. 빈탄의 나른한 여름 날씨 같이 이들의 행동도 나른했다.
우리 가족과 일행인 거구의 프랑스 아저씨가 가이드에게 한 마디 한다.
"당신! 우리가 여기에서 이 물건들을 사기를 원하는 모양이지?"
가이드도 깐깐한 이 서양인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을 포기한 모양이다.
"원하면 사시고, 원하지 않으면 사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 가족도 이 빈탄의 마을에서 판단 잎으로 만든 특산품을 사지는 않았다. 제품이 너무 평범했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이 허름한 가게에서 물건을 파는 마을 주민들이 이 수공예품을 팔아서 얼마나 수익을 볼 수 있을지 걱정됐다.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은 가난한 사람들의 눈빛이 너무 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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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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